여소야대의 서울시의회가 13일 열리는 임시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오세훈 시장 길들이기'에 나선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그 동안 서울시의 전시성 사업을 철저히 감시해 예산낭비를 막겠다고 수 차례 공언해왔는데 개원을 앞두고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기본 구상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대로 서울시정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명수 운영위원장 내정자는 12일 "서울시가 지난 4년 동안 견제 없이 독주해 온 것은 사실 아니냐"며 "예산을 제대로 썼는지, 낭비 요소는 없었는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수많은 정책들을 모두 점검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결국 전시성 성격이 강한 사업을 집중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재정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서울시 핵심 정책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계획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손을 보겠다고 벼르고 있는 사업은 대부분 오 시장의 핵심정책들이라 충돌이 불가피하다. 오 시장의 '트레이드 마크'로 불리는 한강르네상스와 디자인서울 사업은 일찌감치 수술대 위에 오를 전망이다.
민주당 조규영 의원은 "전시 행정적이고 예산 낭비적인 요소를 찾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사업 자체의 문제점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미 예산이 투입돼 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는 논리는 수용할 수 없다"며 "늦었다고 생각할 때 수정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강에 유람선을 띄워 운영하겠다는 한강운하 사업도 계획대로 진행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김 내정자는 "시민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한강에 배 띄우는 게 시급한 사업일 수 있느냐"며 "경인아라뱃길 사업도 실행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는데 한강운하 사업을 밀어붙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광화문광장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김 내정자는 "시시때때로 화분교체 하느라 예산낭비 하는 미시적 부분도 개선해야겠지만 광장 활용 방안이나 성격 자체를 개조하는 것까지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자랑하는 '서울형 복지사업'도 시의원들의 혹평을 받고 있다. 이번에 보건복지위원회에 배정될 조 의원은 "말은 서울형 복지인데 대부분 중앙정부 정책을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라며 "종전의 선택적 복지가 무상급식, 무상보육 같은 보편적 복지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으로 꼽히는 청계천 사업도 손 본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수질관리 등에 매년 1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데 이는 분명 문제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친환경적 하천으로 변화하는 게 가능한 지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실행과정에서 일부 착오가 생긴 사업에 대해서는 수정 보완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래 서울의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공청회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정당성을 알리는 한편, 시의회에도 구체적인 내용 설명을 통해 설득해 간다는 입장이어서 시와 의회 간의 충돌이 예상된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임명절차를 두고 논란이 된 시의회사무처장에 서울시가 임명했던 최항도 전 경쟁력강화본부장 대신 정순구 현 본부장을 추천하기로 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 인터뷰/ 허광태 시의회 의장 내정자 "전시성 사업 그냥 두는 건 민심에 어긋나"
사상 첫 여소야대 구도의 시의회를 이끌게 된 허광태(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장 내정자는 8대 첫 임시회를 하루 앞둔 12일 "지난 4년 오세훈 시정은 사람을 존중하는 시대정신과 동떨어진 전시성 사업들로 일관했다"며 포문을 열었다.
허 내정자는 "한강르네상스건 디자인서울이건 필요 이상으로 보여주기 위한 전시성 사업들을 그냥 넘어가는 건 지방선거 민심에 어긋난다"며 혹독한 견제를 예고했다.
그는 또 시의원 부패방지책으로 "지금은 강제규정이 없지만 의원들이 자신의 영리행위와 관련된 상임위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고쳐 이권에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못박았다.
_4,5대 서울시의원 경험과 환경이 다른 상황에서 의장직을 맡게 됐는데.
"그때는 민주당 시장이었고, 의회 다수도 같은 당이다 보니 서로 맞춰 갔다. 지금은 20년 만에 첫 여소야대가 형성돼 보는 눈과 관심이 엄청나다. 'OK, OK'하며 통과 시켜주는 건 의회가 아니다."
_첫 임시회부터 서울광장 사용 조례안 처리가 관심인데.
"서울광장은 서울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 이달 중에 빨리 처리하겠다. 시민은 성숙했다. 밤늦은 시간까지 정치 집회하면 시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이 나올 것이다. 분명한 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꾼다는 것이다."
_오세훈 시장의 어떤 사업부터 변화시킬 건가.
"한강르네상스를 포함한 한강운하, 디자인서울 등 장기계획에 너무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특위를 구성하고 현장을 방문해 경제성과 타당성부터 충분히 재검토할 것이다.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가 한강운하사업이 아니라고 하지만 4대강 사업이 나오면서 묶어서 평가 받게 만들었다. 친환경적으로 했는지, 다 무너뜨리고 새로 시멘트로 쌓고 했는지 예산이 이만저만 들어간 게 아니다. 안양천 중랑천 뱃길부터 1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가는데 억지로 뱃길 만들면 향후 문제가 당연히 생기지 않겠나."
_곽노현 교육감이 2013년 초ㆍ중ㆍ고 무상급식 확대를 거론했는데.
"오 시장은 점진적 확대를 얘기한다. 무상교육 하는데 무상급식 못할 이유가 뭐가 있나. 시 예산이 지원되도록 적극 유도하겠다. 가난한 학생만 급식하면 왕따가 되는데 이들의 정신적 성장도 중요하다."
_지방의원들이 이권에 개입한 사례가 많았는데 자정대책이 있나.
"7대 의회는 의장선거 때부터 비리로 얼룩졌지만 이번엔 다르다. 의회개혁 TF팀에 직무와 관련된 상임위에 배속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못 막는 작업을 주문할 생각이다. 내 임기 동안 지방의회의 부정부패를 뿌리뽑도록 하겠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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