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2007ㆍ2008년) 경기도 최고의 재정자립도시였고 전국 9번째 부자 도시(2009년)인 성남시가 모라토리엄까지 선언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만한 지방 재정 운영 때문에 결국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서는 "전임 시장의 무책임한 시정 운영을 부각시키고 향후 긴축재정을 운영하기 위한 충격 요법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판교특별회계란
판교특별회계는 판교지구 택지개발을 하면서 거둬들인 토지매각 대금으로 조성된다. 수익금이 아니라 대부분 상환하거나 부담해야 할 자금이다. 특별회계 자금 중 개발초과이익금(2,900억원 추정)은 광역교통시설 등에, 기반시설조성비(2,300억원 추정)는 판교 기반시설 설치에 사용해야 한다. 시의 판교지구 개발지분은 21%다.
왜 문제가 불거졌나
판교특별회계는 판교신도시 개발사업과 사업 후 공공시설 건설에 사용하도록 시 조례에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가 이것을 공원 조성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특별회계에서 일반회계로의 전용이 법적으로 가능한 만큼 불법은 아니라 하더라도 '방만한 예산 운용'이라는 지적은 피해갈 수 없다.
전용금, 어디에 썼나
이대엽 전 시장 재직 당시 시는 "전용금을 공원도로 확장공사, 주거환경개선사업, 수익감소에 따른 일반회계 재원, 은행동 환경사업 등에 사용했다"고 했다. 특별회계를 호화청사 건립에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의원들과 민주당 경기도당 등은 호화청사 건립을 위해 전용했을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시의회 심사에서 일부 시의원들은 "시가 예산을 낭비, 연간 3,000억원에 이르는 가용예산이 바닥나면서 시 살림이 부도 위기에 놓였다"고 신청사 건립비 전용 의혹을 강력히 제기했었다.
갚을 수 있나 이 시장은 12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지방채를 발행해 일부 갚고 청사 매각 등 매년 예산을 절약해 변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일반회계 세입을 우선 배정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내년에 1,000억원을 우선 상환하고 향후 매년 400~2,000억원씩 2014년까지 분활상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치 않다. 당장 시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23%나 줄어든 1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기존에 벌여 놨던 사업을 하기에도 빠듯하다. 무엇보다 전국 최초로 모라토리엄까지 선언한 부실 지방자치단체의 채권이 과연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치적 충격 요법" 시각도
하지만 현 이 시장이 전임 시장의 방만한 시정 운영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가 이번에 선언한 내용은 '채무자가 돈을 갚을 수 없음'을 선언하는 모라토리엄의 실제 의미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시는 5,200억원을 갚아야 할 대상자가 없다. 특별회계에 편성된 예산을 일반회계로 전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회계든 일반회계든 이는 모두 시 예산이기 때문이다. "향후 2013년까지 공공시설 조성 사업이 진행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특별회계 예산을 편성할 일이지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일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행정안전부도 시의 이번 선언에 대해 "지방재정법상 모라토리엄 관련한 규정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시가 선언한 지불유예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행안부로서도 마땅히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설명이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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