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눈물인데, 그 성격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8년 전인 2002 한일 월드컵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 0-0으로 전후반 90분을 마친 뒤 돌입한 연장전에서도 승부는 갈리지 않았다. 이어진 승부차기. 결국 양팀 수문장이었던 이운재(수원)와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의 손에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운재가 스페인의 네 번째 키커로 나선 호아킨의 슛을 막았지만 카시야스는 황선홍 박지성 설기현 안정환 홍명보로 이어지는 5차례의 슈팅을 한번도 막아내지 못했다. 3-5로 패한 스페인은 4강 진출이 좌절됐고 카시야스는 생애 첫 월드컵에서 눈물을 흘렸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결승전. 스페인이 네덜란드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의 감격을 맛볼 수 있었던 데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의 결승골이 컸지만 카시야스의 신들린 선방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카시야스는 이날 후반 17분과 37분 네덜란드의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과 일대일로 맞선 2차례의 위기 상황에서 눈부신 선방을 펼치는 등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연장전 120분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머금었던 눈물샘이 터졌다. 8년 전 슬픔의 눈물이 감동의 눈물로 바뀌어 두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이번 대회 포르투갈과의 16강전(1-0 승) 이후 4경기 연속 무실점 선방을 펼치는 등 총 7경기에서 단 2실점만을 허용한 카시야스. 스페인이 결승전을 포함해 7경기 8득점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카시야스의 철벽 방어가 없었다면 사상 첫 월드컵 우승도 불가능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12일(한국시간) 발표한 '골든 글러브'(구 야신상)의 주인공은 카시야스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1934년 이탈리아 대회 때 히라르도 자모라 이후 역대 스페인 출신으로 골든 글러브를 받은 두 번째 수상자이자, 파비앵 바르테즈(98년 프랑스), 잔루이지 부폰(2006년 이탈리아)에 이어 우승팀에서 나온 세 번째 최우수 골키퍼로 이름을 올렸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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