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2세로 1970, 80년대 일본 연극계를 대표한 극작가 쓰카 고헤이(한국명 김봉웅)가 10일 오전 10시55분께 일본 지바(千葉)현 가모가와(鴨川)시 병원에서 폐암으로 별세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향년 62세.
일본 남부 후쿠오카(福岡)에서 태어난 한국국적의 쓰카는 게이오(慶應)대 재학 중 연극을 시작해 1974년 '극단 쓰카 고헤이 사무소'를 설립했고 그해 대표작 '아타미(熱海)살인사건'으로 일본의 권위 있는 희곡상인 기시다구니오(岸田國士)희곡상을 받았다.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대사와 특유의 유머, 예리한 비판정신으로 젊은 층의 인기가 높았으며 '언제나 마음에 태양을' '가마타(蒲田)행진곡' '바쿠후(幕)말 순정전' '히로시마(廣島)에 원폭을 떨어뜨린 날' 등 화제작을 잇따라 발표, 1970, 1980년대 일본 연극계에 선풍을 일으켰다. 일본 소극장계에서는 '쓰카 이전'과 '이후'라는 말이 생겨나고 "한국이 일본에 준 선물"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일본 연극 무대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85년 처음 한국을 방문, 배우 김지숙 주연으로 '서울판 아타미살인사건'을 무대에 올려 호평 받았다.
1982년에는 소설판 '가마타행진곡'으로 재일동포로는 처음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나오키(直人)상을, 2007년에는 일본 정부 문화훈장인 자수보장(紫綬褒章)을 받았다. 재일한국인의 심정을 담아 1990년에 펴낸 에세이집 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쓰카는 1월에 폐암 발병을 공표하고 병원에서 투병하면서도 배우들의 연습 녹화 장면을 보며 연출을 지시하는 등 마지막까지 열정을 다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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