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금이 걸린 고래가 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확인이 되면 500만원, 생존은 물론 혼획이나 좌초된 고래를 신고하면 1,000만원의 포상금을 준다. 그 고래가 '귀신고래'다. 1912년 초 미국의 탐험가 앤드류스 박사가 울산 장생포항까지 귀신고래를 찾아와 'Korean Gray Whale'이란 이름을 선물해주고 간 고래다.
앤드류스 박사는 영화 '인디애나존스'의 실제 인물로 유명하다. 몸빛이 어둔 회색이어서 영어 명으로는 Gray Whale로 부르지만 울산사람들은 몸놀림이 귀신처럼 빨라 귀신고래라 부르는 이 고래는 1937년부터 국제적 보호종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1962년 귀신고래가 회유하던 해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놓고 있다.
1만 년 이상 한반도 연안을 찾아와 미역을 뜯어 먹으며 어린 새끼를 키웠던 귀신고래는 일제가 식민지 시절 초기자원 3,000여 마리를 다 잡아 먹어버렸다. 1967년 마지막 발견 이후 40년이 넘게 돌아오지 않고 있어 국립수산과학원이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지난 10일 울산 선적 남경호 선장이 동해안에서 가자미 조업을 하다 귀신고래의 상징인 몸에 따개비가 붙은 고래 2마리를 보았다고 신고했다. 아쉽게도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눈으로 발견한 신고다. 울산 고래연구소는 인근 해역에서 조사 중이다. 귀신고래가 돌아왔다는, 감격적인 낭보를 기다린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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