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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바늘의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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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바늘의 무렵

입력
2010.07.1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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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을 삼킨 자는 자신의 혈관을 타고 흘러 다니는 바늘을 느끼면서 죽는다고 하는데

한밤에 가지고 놀다가 이불솜으로 들어가 버린 얇은 바늘의 근황 같은 것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끝내 이불 속으로 흘러간 바늘을 찾지 못한 채 가족은 그 이불을 덮고 잠들었다

그 이불을 하나씩 떠나면서 다른 이불 안에 흘러 있는 무렵이 되었다

이불 안으로 꼬옥 들어간 바늘처럼 누워 있다고, 가족에게 근황 같은 것도 이야기하고 싶은 때가 되었는데

아직까지 그 바늘을 아무도 찾지 못했다 생각하면 입이 안 떨어지는 가혹이 있다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을 알게 되면, 사인을 찾아내지 못하도록 궁녀들은 바늘을 삼키고 죽어야 했다는 옛 서적을 뒤적거리며

한 개의 문(門)에서 바늘로 흘러와 이불만 옮기고 살고 있는 생을, 한 개의 문(文)에서 나온 사인과 혼동하지 않기로 한다

이불 속에서 누군가 손을 꼭 쥐어 줄 때는 그게 누구의 손이라도 눈물이 난다 하나의 이불로만 일생을 살고 있는 삶으로 기꺼이 범람하는 바늘들의 곡선을 예우한다

● 매일 달리기를 하는 길에는 벚나무들이 서 있습니다. 한동안 그 나무에는 빨갛고 까만 버찌들이 매달려 있었어요. 우리가 웃고 지내던 시절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추억에 잠길 때면 늘 그런 의문이 들었지요. 하지만 빨갛다가 점점 까매지는 버찌를 보고는 그 답을 찾았어요.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어요. 오직 현재만이 우리에게는 소중할 뿐인데, 이 현재 안에는 지나가지 않은 과거도, 이미 도래한 미래도 다 있군요. 그래서 근황을 말하자면, 끝이 없습니다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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