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민주당이 그제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정치에서 약속이 얼마나 중요하며, 국민 이해를 얻는 절차가 얼마나 긴요한지를 일깨워준 일이다.
참의원 242석의 절반인 121석의 주인을 가린 선거에서 민주당은 단독 과반수 확보에 필요한 60석에 한참 모자라는 44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의석수가 선거 전 116석에서 106석으로 줄어 간 나오토 총리는 취임 한 달여 만에 심각한 정치위기를 맞았다.
우선 원만한 참의원 운영의 묘안이 없다. 최적의 연립 파트너로 여겼던 '모두의 당'이 연정참여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고,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자민당과의 '대연정'가능성도 자민당의 거부로 물거품이 됐다. 간 총리는 정책 별로 뜻 맞는 야당과 협조할 방침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정권이 참의원 소수파로 전락한 이래 후쿠다 야스오, 아베 신조, 아소 다로 전 총리 정권이 정치적 리더십을 전혀 발휘할 수 없었던 게 좋은 예다.
지난해 9월 압도적 총선 승리로 정권을 잡은 일본 민주당이 열 달 만에 심각하게 기세가 꺾인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가벼이 여긴 결과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를'오키나와 현 밖으로 이전한다'는 총선 당시의 약속을 깨뜨림으로써 빗발치는 비난 속에 물러났다. 그 뒤를 이은 간 총리는 한때 지지율이 60%를 넘어 참의원 선거 낙승을 예상했으나 '소비세 인상'을 꺼내 들면서 지지율이 급락, 참패를 자초했다. 앞으로 4년 동안은 소비세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는 총선 공약을 어긴 때문이다. 민주당 안에는 간 총리 책임론이 무성해 9월의 전당대회를 앞둔 간 총리의 고민이 더욱 커졌다.
자민당도 소비세 인상에 찬성이고, 국민 다수도 심각한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소비세 조정의 기본적 필요성은 이해한다. 그러나 1년도 안돼 약속을 어긴 데 대한 분노가 표의 심판으로 이어졌다. 선거 이후 천천히 국민을 설득하고, 야당과 발맞춰 소비세 문제를 거론했더라면 하는 후회는 이미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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