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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드라마?… 뻔뻔한 매력! '나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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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드라마?… 뻔뻔한 매력! '나쁜 남자'

입력
2010.07.12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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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드라마 '나쁜남자'는 대박 드라마는 아니다. 하지만 '얘기가 되는 드라마'임은 분명하다. 지난 8일 방송 시청률 7.5%(AGB닐슨 조사)는 경쟁작인 KBS '제빵왕 김탁구'(33.0%)에 비하면 반의 반도 안 된다. 하지만 드라마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개설된 이 드라마의 게시판에는 12일 오후 현재 2만997건의 글이 게시돼 있다. 게시된 글의 수만 따지면 수목드라마 시청률 왕좌를 지키고 있는 '제빵왕 김탁구'(4,068건)보다 5배나 많다.

위선에 대한 솔직한 고백

'나쁜남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 과정에 얽혀있는 위선이 시청자로 하여금 감정을 이입하고 캐릭터에 몰입하게 한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극 중에서 보여주는 수많은 위선 중 적어도 하나쯤은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주인공 심건욱(김남길)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해신그룹에 복수를 꿈꾼다. 그에게 사랑은 없다. 그는 "사랑 같은 거 믿지 마. 그래도 믿고 싶으면 누가 널 사랑하게 만들어. 네가 사랑하지 말고"라고 말한다. 현대인의 피상적이고 목적지향적인 인간관계, 계산적인 연애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사다.

가정 형편 때문에 결혼을 생각했던 남자에게서 버림받고 다른 남자를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꾸는 문재인(한가인) 역시 이 시대의 돈과 사랑에 대한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캐릭터지만 더 나은 현실에 대한 욕망은 그에게 위선을 강요한다.

안주인 신여사(김혜옥)와 배다른 아들 홍태성(김재욱), 사랑 없는 결혼을 한 홍태라(오연수)등 해신가 사람들은 모두 위선과 위악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인물이다.

독특한 드라마 문법

'나쁜남자'에는 드라마를 흥미롭게 하는 장치들이 다양하게 배치돼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미스터리 요소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이 드라마는 복수극이라는 큰 틀 안에 멜로와 미스터리 요소를 녹였다. 하지만 드라마의 전체적인 긴장감은 정통 미스터리극 못지않다. 그 이유는 별도로 진행되는 두 스토리가 절묘하게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1회 첫 장면은 한 여인의 의문의 추락사 현장이다. 건욱이 해신그룹 사람들에게 환심을 사며 복수를 진행해가는 이야기와는 별개로 이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경찰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스토리라인을 형성한다. 그리고 이 두 스토리는 마치 옴니버스 영화에서 서로 다른 에피소드가 엮이듯 상호작용한다. 기존 드라마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형식이다.

한 회가 시작할 때 처음 5~10분을 활용, 전 회의 마지막 내용을 자세히 보여주는 것도 미스터리 요소를 강화한다. 물론 대부분의 드라마가 극적 긴장감이 고조됐을 때 한 회를 마무리하지만 '나쁜남자'는 제한된 정보를 우선 제시하고 다음 회 초반에 내막을 밝힘으로써 미스터리를 유지하고 극적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 밖에도 건욱의 현재 모습을 있게 한 과거사는 모두 플래시백 기법으로 처리함으로써 인물의 감정 흐름에 집중한 점이나 유리가면, 종이학, 만년필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끊임없이 인물 간의 관계와 주제의식을 암시하는 것, 클로즈업과 카메라 핸드헬드 등의 기법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영상도 이 드라마의 독특한 매력이다.

한편 9회까지 방송한 '나쁜남자'는 김남길의 15일 군 입대가 확정되면서 당초 20부작이었던 계획을 17부작으로 줄여 다음달 5일 종영한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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