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면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거취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간 총리는 12일 총리 관저에서 민주당 체제를 당 대표 선거가 있는 9월까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내부에서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역대 단명 총리 리스트에 이름을 추가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일본의 총리 단명 현상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1989년 이후 21년간 15명의 총리가 탄생했다. 평균 재임기간이 1년이 안 된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336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365일, 아소 다로(麻生太郞) 358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259일 등 최근 4년간 거쳐간 총리들 모두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자민당의 독주체제가 이어지던 1964~89년까지 25년간 배출된 총리는 9명인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90년대 이후 일본 총리의 부침현상이 유독 심한 이유는 뭘까. 관련 전문가들은 구심점을 잃은 현 일본 정치계가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손 열 연세대 국제학부교수는“1990년대 초 자민당 장기집권체제가 무너지면서 과반수 유권자를 확보할 수 있는 정당이 사라졌다”며 “이 같은 정치의 유동화가 심해지면서 정치인들의 이합집산 현상이 두드러졌고, 이는 결국 국민들의 정치 불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지난 해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이 자민당의 불신에 대한 반사효과였다면, 이번 참의원 선거 역시 후텐마기지, 소비세인상 등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한 민주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정당에서 총리를 배출하는 현행법도 잦은 총리교체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중적인 지지도가 높은 인물을 총리로 내세우는 사례가 늘면서 선거가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며 “민주당이 참의원 선거 직전 간 카드로 교체한 것도 대중적 지지도가 낮은 하토야마 체제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민주당을 지난 달 하토야마 총리를 간 총리로 교체하는 것으로 19%에 불과하던 내각지지율을 64%대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한 전문가는 “이번 선거에서 간 총리가 소비세 인상 문제만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과반수 확보에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아베 전 정권 역시 출범하자마자 50%를 밑돌던 지지율이 67%로 급상승했다.
역대 총리들의 책임감 부족도 도마에 올랐다.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면 총리직을 과감하게 내던지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아베, 후쿠다, 아소 등이 모두 당내 반발에 정면 대응하지 못한 채 쉽게 총리직을 포기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손 교수는 “이중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수렴해내지 못하는 정치권에 있다”며 “이런 상황속에서 장수 총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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