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경제가 유럽 재정위기 향방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지만, 재정위기를 무사히 넘기더라도 그 다음엔 전세계 은행들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들의 채무가 전 세계적으로 약 5조달러에 달하며 이 중 2조6,000억달러는 유럽권 은행, 1조3,000억달러는 미국 은행이 갚아야 한다고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를 인용 뉴욕타임스(NYT)가 11일 보도했다. 그런데 이들 채무를 상환하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할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데다, 자금을 구하더라도 은행채 발행이자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결국 기업과 가계의 자금난으로 이어져 실물경제에도 막대한 충격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전세계 은행들의 자금난은 유럽 재정위기와 밀접히 연결돼 있다.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를 비롯 유럽국가들이 최근 막대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 과잉공급 상태다. BIS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선진국 정부의 국채 발행은 1,167억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결국 은행들이 만기 채무를 갚기 위해 발행하는 은행채의 가격은 더 하락(발행금리 인상)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돈을 구하기 어렵다. 유럽 금융기관들이 5월 발행한 은행채는 107억달러로 1월 1,060억달러에 비해 10분의1로 급감했다.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의 지급보증으로 만기를 연장했던 은행채의 상환기간도 속속 다가오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 전세계 은행들이 금리가 싼 단기차입을 통해 금리가 비싼 장기대출을 통해 손쉽게 차익을 얻는 영업의 비중을 지나치게 높였던 것도 화를 키웠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에 따르면 은행권의 최근 5년간 평균차입기간은 4.7년으로 30년 내 가장 짧다.“은행들에게 몰아 닥치고 있는 자금난은 결국 중소은행의 몰락과 대형은행의 독점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크레디트스위스은행 금융연구소장이 NYT에 밝혔다.
은행의 자금난이 금융권 붕괴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은행들의 수익성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당기간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의 증가가 대출금리 즉 은행의 수익 상승 보다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스페픈 세체티 BIS 통화경제국장은 NYT에 “은행의 자금난이 가시화하기 전에 각국 금융당국이 적절히 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촉구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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