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지역 감정은 골이 깊기로 유명하다.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하는 카스티야 '주류 세력'에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반골' 카탈루냐와 바스크 지역이 분리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스페인의 지역 갈등은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이 화려한 멤버 구성에도 불구,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원인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스페인 대표팀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데 성공했다. 카스티야, 카탈루냐, 바스크 출신이 절묘한 호흡을 보이고 있다.
사령탑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은 현역과 지도자 생활을 모두 레알 마드리드에서 했다. 주장 이케르 카시야스도 레알 마드리드의 '성골'출신이다. 반면 전력의 핵심은 카탈루냐 출신이 대부분이다. 수비의 핵 카를레스 푸욜과 제라드 피케, 야전 사령관 사비 에르난데스와 수비형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이상 바르셀로나), 호안 캅데빌라(비야레알)는 카탈루냐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사비 알론소(이상 바르셀로나)는 바스크 출신이다.
그러나 스페인 축구 대표팀과 달리 내부에서는 지역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흔히 축구 경기는 국민들을 단합시키는데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스페인에서만큼은 예외다. 월드컵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이뤄냈지만 분리 독립 요구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11일(이하 한국시간) 바르셀로나에서는 100만명 이상의 군중이 카탈루냐의 자치권 강화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스페인 헌법 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데 따른 반발이다.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은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해 월드컵에 출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카탈루냐 출신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핵심으로 활약해 이들의 강경한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요한 크루이프가 명예 감독을 맡고 있는 카탈루냐 대표팀은 지난해 9월 아르헨티나와의 친선 경기에서 4-2로 승리할 정도로 강한 전력을 자랑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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