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총리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과 비선조직들의 전횡 의혹으로 초래된 수세적 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같은 의혹에 연루된 청와대 비서관 경질과 7∙28 재보선 이전 개각 등의 수순을 밟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11일 "은행장 및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정례적으로 회동한 정인철 기획관리비관을 비롯해 최근 선진국민연대와 '영포 라인'의 인사개입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을 경질하는 등의 인사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 비서관 교체 필요성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임태희 신임 대통령실장이 취임한 직후 인사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이 비서관에 이어 정 비서관에 대해서도 사표 수리 형식의 경질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여권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앞서 한나라당이 면직을 요구한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이날 "대통령께 누를 끼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며 사표를 제출했고, 청와대는 조만간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현재 정 비서관의 CEO 회동 경위 및 부당한 압력행사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정 비서관과 만난 외부 인사 9명을 상대로 관련 내용을 확인 중이다.
여권은 그러나 야권으로부터 선진국민연대의 '몸통'이라고 공격받고 있는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차장은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은 불법 사찰을 주도한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의 거취는 검찰 수사를 거쳐 사법처리 등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은 또 지방선거 패배 이후 청와대 및 내각의 인적 쇄신 작업이 늦어지면서 여권 내부의 갈등이 심화됐다고 보고, 한나라당 전당대회(14일) 직후인 15,16일쯤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마무리한 뒤 8, 9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대폭 개각을 단행할 방침이다.
여권 관계자는 또 "비선 조직 전횡 사건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민연대 후신 조직들의 자발적 해체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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