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첫 반응은 '당혹'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들 인상시기를 8월로 보는 터에 한 달을 앞당겼으니, 더구나 다른 이도 아닌 김중수 총재가 그렇게 했으니, 시장은 놀랄 법도 했다. 대부분 언론과 시장관계자들은 이날 금리인상 결정을 '전격'으로 평했다.
하지만 김 총재는 '전격'이란 표현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5월 이후 금통위의 통화정책결정방향 결정문과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금리조정 가능성을 충분히 시장에 예고한 만큼, 이번 인상은 결코 '깜짝쇼'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시장은 김 총재의 예고에도 불구하고 왜 금리인상시기를 8월로 믿었던 것일까. 예고 메시지가 불명확했던 것일까, 아니면 시장이 제대로 듣지 못했던 것 일까.
사실 시장이 '8월 인상'을 믿은 것은 정부 때문이었다.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그 동안 수없이 "금리인상은 2분기 경제지표를 확인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해왔다. 2분기 지표가 나오는 것이 7월말이니, 결국 금리인상은 8월 금통위에서 다뤄야 한다는 얘기였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정부 말을 믿었다는 사실이다.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보다, 정부 발언을 더 신빙성 있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한은 입장에선 부끄럽고,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시장에선 통상 정책방향에 혼선을 주는 발언을 '노이즈(noiseㆍ잡음)'라 부른다. 결과적으로 그 동안 정부 쪽에서 나왔던 '8월 인상' 언급은 '노이즈'가 된 셈인데, 올바른 통화당국이라면 시장에 "노이즈에 귀 기울이지 말라"고 경고 정도는 해줬어야 옳다. 시장이 메시지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면, 그것 역시 고쳐주는 게 '예측가능'한 당국의 태도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김 총재는 '친정부' 이미지를 씻게 됐다. 시장도 이젠 정부 보다는 한은 말에 더 귀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금리결정을 예측하지 못한 것을 시장 탓으로만 돌릴 수 없으며, 금통위도 그 책임의 일단을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을 한은은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최진주 경제부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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