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16)군과 장모(16)군 등 동갑내기 중학생 3명은 지난 3일 오후2시40분께 서울 은평구 한 건물 2층의 PC방에서 여자어린이의 비명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덩치 큰 한 남자가 달아나는 것을 목격했다.
고교생인 김모(17)군이 PC방에 있던 남녀 공용 화장실(6.6m²)에 초등학생인 A(12)양이 들어가자 화장실 부스로 강제로 밀어 넣은 뒤 몸을 더듬고 입을 맞췄던 것. 그러자 A양이 가까스로 화장실 밖으로 빠져 나오면서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쳤고, 놀란 김군이 황급히 바깥으로 도망치는 장면을 동갑내기 중학생들이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 그러자 이들 중학생들은 30여m나 쫓아가 건물입구에서 범인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성추행을 한 김군은 키186cm 에 몸무게90kg 정도의 거구였지만 이들 중학생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넘어뜨린 뒤 팔과 다리 등을 끌어안자 김군은 옴짝달싹 못하고 제압돼 출동한 경찰에 넘겨졌다. 특히 2층의 PC방뿐만 아니라 건물 1층에는 마트가 있어 주변에 어른들도 있었지만 성추행범을 추적하고 몸싸움하는 과정을 물끄러미 보고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이들 중학생들은 고작 키 160~165cm에 몸무게 55kg 정도로 왜소하고 운동도 전혀 한 적이 없다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라며 "성인들도 범죄현장을 외면하는 게 세태인데 대단한 일"이라고 칭찬했다.
서부경찰서는 6일 오후 몸을 사리지 않고 성추행범을 붙잡은 공로로 이들 중학생들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포상으로 액자형 시계와 신고보상금 20만원씩을 건넸다.
이들 중학생 3명은 초등학생부터 알고 지내던 동네 친구들로 경기 고양시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표창을 받는 날 어머니들이 아들들의 사진을 찍으며 자랑스러워 하더라"고 말했다. 경찰은 5일 김군을 구속하고 8일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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