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시30분께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화려한 야경을 즐기던 피서객들이 갑자기 혼비백산하며 비명을 질렀다. 머리를 짧게 깎은, 건장한 몸집의 남성들이 해변도로 한 가운데서 흉기와 주먹을 휘두르며 집단 난투극을 벌였던 것.
이들은 거대 폭력 조직인 칠성파 행동대원 공모(45)씨 등 4명과 유태파 행동대원 양모(43)씨로 격투 과정에서 양씨가 휘두른 흉기에 공씨가 팔 어깨 등을 찔려 피를 흘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싸움을 벌인 일당 중 양씨만 지쳐 길바닥에 드러누워 있었고, 공씨 등은 달아난 상태였다. 경찰은 인근 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받고 있던 공씨를 붙잡아 밤새 조사를 벌였다.
경찰에 따르면 평소 알고 지내던 공씨와 양씨는 사건 직전 광안리 한 주점에서 우연히 합석해 술을 마셨다. 대화 도중 양씨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자 공씨는 그를 피해 인근 주점에서 나와 이모(36)씨 등 3명을 만났다. 그러나 양씨는 주점 식당에서 흉기를 가져 나와 공씨에게 휘둘렀고 5명이 얼키고 설켜 싸움을 벌이게 됐다.
부산남부경찰서는 11일 양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검거된 공씨와 자수한 이모(36)씨 등 4명에 대해선 방어 차원의 폭력으로 보고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폭력조직 간 싸움이 아니라 개인 간의 감정으로 인한 우발적 폭행으로 밝혀졌다"며 "양씨와 공씨는 당시 만취 상태였기 때문에 정확하게 기억은 하지 못하지만 범행 사실을 대체로 시인했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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