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탄생한 민주당 정권이 출범 10개월만에 벌서 역풍을 맞고 있다. 민주당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할 수 있는 11일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여당이 과반 의석 유지에 실패했다. 정치자금,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문제 등으로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적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 목전에 성급하게 ‘소비세율 인상’을 제기해 불신을 더욱 자초한 결과다. 안정적인 정국운영을 위해 민주당 역시 자민당 정권처럼 참의원 과반 확보가 가능한 연립파트너 물색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선거의 승패를 가른 대목은 지역대표를 뽑는 선거구 중 당선자가 한 사람인 ‘1인구’였다. 5명을 뽑는 도쿄(東京)를 비롯해 2인 이상을 선출하는 선거구에서는 여야가 나란히 당선하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1인구는 정당별 승패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역대 참의원 선거에서 1인구에서 선전한 정당이 승리했다. 니혼(日本)TV 출구조사에서 비례대표에서는 민주당이 앞섰지만 29곳의 1인 선거구에서는 자민당 등 야당이 19곳에서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총리 교체로 당의 면모를 일신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패배한 이유로 선거를 앞두고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제기한 소비세율 인상 방침의 영향을 들 수 있다.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정책을 그것도 선거 기간에 적극적으로 내세운 무모함을 뒤늦게 알아차린 민주당은 “당장 올린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막판 해명에 바빴지만 증세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감을 되돌리기에는 늦었다.
이 같은 표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것이 ‘다함께당’ 돌풍이다. ‘공무원 개혁’을 구호로 외치며 민주당과 비슷한 정책을 표방하는 이 정당에 민주당 이탈표와 부동표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소비세율 10% 인상’을 공약으로까지 제시한 자민당의 선전 역시 민주당 불신표 일부와 ‘신당개혁’ ‘일어서라 일본’ 등 자민당 탈당파들이 만든 신생당표를 효과적으로 흡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참의원에서 야당 다수로 민주당 정권의 정책에 사사건건 제동 거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급한 것은 새로운 연립파트너 물색이다. 1순위는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다함께당이다. 하지만 와타나베 요시미(渡邊喜美) 대표는 연립 가능성을 일관되게 부정해왔다. 정책 유사성을 감안한다면 연립을 꾸리지 않더라도 법안 처리에서 쟁책별로 협조하는 느슨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 민주당내에서는 벌써부터 집행부 책임론이 비등하고 있다. 간 정부 출범 직전 권좌에서 쫓겨나듯 물러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의 측근들은 “현 집행부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간 총리는 총리직 고수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이 같은 당내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9월 하순 치러질 민주당 대표 임기만료 선거에서 간 총리가 재선에 실패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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