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독일과 우루과이의 3ㆍ4위전. 2-3으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우루과이에 마지막 찬스가 찾아왔다.
아크 정면에서 얻어낸 프리킥 상황. 키커로 나선 디에고 포를란(31ㆍ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절묘하게 감아 찬 슈팅이 수비벽을 뚫고 독일의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했으나 크로스바 왼쪽을 강타한 뒤 그대로 튀어 올랐다. 곧 바로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고, 포를란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하지만 이내 동료들과 일일이 포옹을 나누며 격려했다.
포를란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진가를 유감 없이 발휘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포를란은 1-1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6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에히디오 아레발로(페나롤)가 올린 크로스를 그림 같은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드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대회를 마쳤다. 포를란은 이로써 5골을 기록, 득점 부문 공동 1위가 돼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인 골든볼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결승 진출 실패에 이어 3ㆍ4위전 패배. 그러나 우루과이는 40년 만에 4강 신화를 썼고, 그 중심에는 포를란이 있었다. 그는 개최국인 남아공과의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두 골을 작렬한 데 이어 한국과 16강전에서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특히 8강전부터 3경기 연속 골을 터트리며 우루과이의 변함 없는 에이스 역할을 100% 수행했다. 연장전까지 120여 분간의 혈투가 벌어진 가나와의 8강전에서 0-1로 끌려 가던 후반 10분, 천금 같은 프리킥골을 성공시켰다. 포를란의 극적인 동점골로 연장에 돌입한 우루과이는 승부차기 끝에 가나를 4-2로 누르고 4강 진출의 기염을 토했다.
네덜란드와의 4강전에서는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허벅지 부상을 당해 오스카 타바레스 감독까지 출전을 만류했지만 그는 선발로 나서 전반 41분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트렸다.
포를란의 동점골에도 우루과이는 결국 네덜란드에 2-3으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포를란은 "4강에 들고 대회를 마치는 것은 특별하다. 처음에는 이런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못했다. 3위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긍정적인 것들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아레스는 끝내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3골을 넣어 포를란, 에딘손 카바니(팔레르모)와 함께 우루과이의 '삼각편대'의 한 축으로 돌풍을 이끌었지만 가나와의 8강전에서 고의적인 핸드볼 파울을 저질러 전 세계의 비난을 샀다.
한 경기 출전금지 징계를 받아 네덜란드와의 준결승전 패배를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던 그는 3ㆍ4위전에서 명예 회복을 노렸다. 그러나 전반 42분 골키퍼와 1대 1 찬스에서 때린 슈팅이 골대를 살짝 비켜 가 땅을 쳐야 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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