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의 70%를 소득 4, 5분위(고소득층)가 갖고 있으므로, 0.25%포인트 정도의 금리인상이 가계부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9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면서 한 발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우리나라의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뇌관'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소폭의 금리 인상으로 금융기관 건전성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는 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미 마이너스 가계부 상황에 글로벌 금융위기 후 소득이 급격하게 감소한 저소득층에게는 소폭의 금리인상도 큰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으므로, 정부가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부채 고소득ㆍ고신용자에 집중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금융부채)는 올해 3월 말 현재 922조5,000억원이며 이중 이자를 내는 부채가 863조6,000억원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친 지난해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해, 가계의 빚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2008년 1.39배에서 2009년 1.49배로 높아졌다.
하지만 이렇게 양적으로는 위험수위지만 건전성 측면에서는 당장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다는 것이 한은의 인식이다. 가계부채가 이자 상환 능력이 높은 고소득ㆍ고신용자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08년 한국노동패널' 분석에 따르면 전체 소득 5개 분위 중 저소득층인 1분위의 부채금액은 전체의 4.6%에 불과한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가 절반에 가까운 48.6%를 보유하고 있었다. 22%를 보유한 4분위와 합치면 약 70% 가까운 가계대출 금액이 4, 5분위에 몰려 있는 셈이다. 또한 5분위 가구의 절반 이상이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1분위는 5가구 중 1가구 정도만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별로 봐도 총 10개 등급 중 1~4등급 사이의 고신용층이 보유한 가계대출 비중이 전체의 68%를 차지한 반면, 7~10등급의 저신용층은 전체의 15%를 넘는 정도. 가계대출 부실화에 따른 금융시스템 위기가 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저소득층은 금리인상 충격 그대로
문제는 저소득층의 경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소폭의 금리 인상으로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민은행 주택금융수요실태조사에 따르면 연소득이 1,5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 차입가계의 소득대비 상환액 비율은 33%로 10%대인 고소득층에 비해 크게 높았다. 특히 작년에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분위 이상은 연소득이 다소나마 늘어난 반면, 1분위는 4%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상환능력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금리 인상 등 거시정책을 마냥 늦출 수는 없는 노릇. 전문가들은 극빈자나 서민을 대상으로 한 미시적 대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저소득층은 이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지출이 마이너스인 상태여서 소폭의 금리 인상으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저소득층 지원은 통화당국이 할 일이 아니고 정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개인회생 신청 시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압류하고 경매에 부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넣어 파산 대신 상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의지를 북돋우고, 대부업체들이 이자상한을 어기지 않도록 강력히 제재하는 등의 다양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도 "현재 가계부채가 소폭의 금리 인상으로 부실화한다든지 할 정도로 건전성이 위태롭지는 않다"면서 "최근 지방선거 후 친서민 정책이 나오고 있는데, 이 같은 정책을 통해 저소득층의 충격을 상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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