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안보리의 천안함 공격 규탄 의장성명 채택을 계기로 6자회담 재개 등 대화국면 전환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제 조선중앙통신의 외무성 대변인 문답에서 "6자회담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9일 유엔군 사령부의 북미 장성급 회담 제안에 대해 대령급 사전 접촉을 수정 제의한 것이나 억류 중인 미국인 곰즈씨의 자살 시도를 공개한 것도 대미 대화 촉구 제스처로 보인다.
북한의 속셈은 뻔하다. 천안함 사건으로 초래된 대결 국면의 장기화는 외자 유치를 통한 경제난 타개와 후계구도 정착 등에 큰 부담이다.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을 계기 삼아 수세적인 국면을 6자회담 재개와 북미간 대화 국면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 식 출구전략인 셈이다. 의장성명 채택과정에서 적극적을 북한 편을 들어온 중국도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천안함 사건의 신속한 매듭과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촉구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와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해온 한ㆍ미 양국이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대화제의에 선뜻 응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대북 압박 조치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긴장과 대립을 마냥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6자회담 재개와 북한 핵 문제 해결 지연은 더욱 큰 문제다. 한미 양국도 적절한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추가적인 대북 압박조치나 서해 한미합동훈련 등을 적절한 수준에서 처리하면서 인도적 지원 재개를 활용하는 방법 등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화 재개 희망이 진심이라면 북한은 분위기 조성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이 천안함 공격 주체로 북한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외교적 승리'라고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그런 얄팍한 선전전이 아니라 한미 양국이 대화에 나설 최소한의 명분을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 6자회담 재개 의지 피력이 제재와 압박을 모면하기 위한 일시적 술책이 아니라 진심임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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