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와 부동산은 원래 상극이다. 그런 만큼 한국은행의 전격적 금리인상은 그렇지 않아도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더 옥죌 수 있는 악재 중의 악재다. 그렇다 보니, 업계에선 부동산시장을 달래줄 수 있는 별도 대책, 즉 금리인상과 맞바꿀 수 있는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 역시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이 부동산 실수요자들의 불편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지도 한달 가까이 돼가고 있는 만큼, 금명간 시장 활성화 방안을 곧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장이 가장 절실히 바라고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담보대출인정비율(LTV) 같은 금융규제완화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 방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DTI와 LTV는 가계부채 증가 억제를 통해 우리 경제와 금융자산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정책으로 이해돼야 한다"며 "주택ㆍ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이들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규제완화를 배제한 상태에서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지난 '4ㆍ23 대책'을 보완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당시 대책에서 '새 아파트 입주예정자의 주택을 구매하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 한해 DTI를 초과해 대출'해주기로 한 조건을 다주택자까지 넓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국민주택기금에서 최고 2억원까지 연 5.2%로 대출을 받거나,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해주기로 한 조건에 대해서도 정부가 일부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4ㆍ23 대책에서는 정부 기금을 통한 저리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투기지역(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구) 제외 ▦전용 85㎡ 및 6억원 이하 ▦부부합산 연소득 4,000만원 이하 등으로 제한돼 있었는데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이 많아, 정부도 요건완화를 고려중이다.
올해 말까지 적용되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추가 연장해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는데 도입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과 금융 건전성에 무게를 둔 정부 스탠스가 바뀌지 않는 한 DTIㆍLTV 완화와 같은 대폭적인 완화책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하지만 시장 반응이 무덤덤할 경우 대출 규제 완화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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