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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점쟁이 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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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점쟁이 문어

입력
2010.07.1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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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나왔을 때엔 남아공 월드컵 우승국가가 스페인 아니면 네덜란드로 결정됐을 터이다. 3위가 확정된 독일의 오버하우젠 해양생물박물관에 있는 '파울'이라는 이름의 문어가 걱정이다. '세계적 예언가'가 될지, '구워져, 삶아져, 튀겨져" 먹힐지 알 수 없지만, 스스로 식욕에 당기는 홍합 한 마리를 선택한 본능이 전 세계 인류의 관심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파울'의 생사여탈 권한을 가진 박물관 측은 "그 놈은 독일 경기 전문가이며 다른 나라 경기는 잘 모른다"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주었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관리자의 얘기다.

■ 파울이란 놈의 신통력은 독일의 4강전 전후로 빛을 발했다. 국기가 그려진 상자 위에 문어가 좋아하는 홍합을 얹은 뒤 어느 상자 위의 것을 먹어 치우는가에 따라 '월드컵 승자 맞히기 점'을 쳤는데, 파울은 독일이 나선 경기에서 모두 독일상자 위의 것을 먹었다. 그러더니 4강전에선 스페인상자 위의 홍합을 먹은 것이 유명해지게 된 계기였다. 이어 3,4위전을 앞두고는 우루과이상자에 잠시 머물다가 독일상자 위의 홍합을 먹었다. 독일이 4강전에서 패하고, 3,4위전에서 우루과이에 역전승한 경기 내용 그대로였다. 독일 팬들은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 문어의 IQ가 무척추동물 중 가장 높으며 위험 강도에 따라 먹물 발사량도 조절한다는 '예언의 근거'도 나왔다. 뿐만 아니다. 로이터통신은 '마니'라는 중국 상하이의 앵무새를 소개했다. 4강 진출 팀까지 정확히 알아맞혔는데, 새장에서 나온 그 놈은 여러 카드 가운데 이긴 팀의 국기가 그려진 것을 족집게처럼 물었다는 것이다. 옛 우리의 '새 점'과 다르지 않다. 그러자 영국 언론은 축구선수 루니를 응원했다는 '벤지'라는 앵무새를 끌어냈다. 호주에선 문어 대신 악어를, 홍합 대신 닭고기를 이용해 '신통력 있는 점쟁이 악어'를 만들어냈다.

■ 승패의 확률은 간단히 2분의 1이다. 문어가 6차례 연속해서 성공할 확률은 2의 6승 분의 1, 즉 64분의 1이고 다시 결승전까지 일치할 확률은 128분의 1이다. 무작위로 128마리의 문어에게 비슷한 일을 시키면 한 놈은 우승국가를 맞히게 된다는 얘기다. 앵무새나 악어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례를 관찰하면 우리나라가 16강에 오를 것을 정확히 예언한 강아지나 고양이 혹은 지렁이나 개미 역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매사가 그렇듯, 전망과 예측은 어렵다. 그러나 "내 이럴 줄 알았다. 이런저런 예언이 있었다"며 '징후'를 찾아내기는 쉽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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