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간 해빙무드를 냉각시켰던 스파이 사건이 양국 간 대규모 스파이 맞교환으로 마무리됐다. 양국이 관계복원 기조를 유지하면서 그나마 서로 체면을 지키는 선에서 타협한 결과다. 스파이 맞교환에 따른 미러의 득실, 맞교환된 스파이들의 뒷얘기 등을 간추렸다.
스파이 교환, '양에선 러, 질에선 美'
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뤄진 스파이 맞교환에서 미국은 러시아에 10명을 넘겨주고, 정보요원 4명을 넘겨 받았다. 러시아가 이득을 본 것처럼 보이나 스파이들의 질적인 면을 들춰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가 수지 맞는 장사를 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 인물이 러시아 육군 대령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무기 연구가 이고르 수티아긴이다. 스크리팔 대령은 유럽에서 활동 중인 러시아 스파이들의 신원을 영국 정보기관에 넘겨줬고 수티아긴은 핵잠수함 기술 등 군사기밀을 미국에 알려줬다. 이에 반해 미국이 넘겨준 스파이 10명은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정보 외에 기밀을 뽑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도 9일 "우리가 받은 4명은 대단하지만 추방한 10명은 별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교환된 스파이들의 움직임
러시아가 미국에 넘겨준 스파이 4명 중 알렉산더 자포로즈스키 전 러시아 해외정보국 요원과 게나디 바실렌코 전 국가보안국(KGB)요원은 미국에 입국했다. 반면 스크리팔과 수티아긴은 영국에 머무르고 있다. AP는 11일 "수티아긴이 여전히 죄수복 차림으로 돈도 없이 런던 인근 한 호텔에서 앞날을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통신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이들을 추방하기 전 사면한 사실과 관련, "이들이 러시아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에서 활동했던 러시아 스파이 10명의 행적은 9일 모스크바 도모데도포 공항도착 사실을 제외하고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극도로 보안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 이들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반체제 인사로 12년간 복역하다 1976년 포로 맞교환으로 풀려난 블라디미르 부코브스키는 10일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로 송환된 스파이들의 삶은 악몽이 될 것"이라며 "자유와 부유함 속에 살다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감시당하는 삶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자녀 역시 부모들의 희망에 따라 전원 러시아로 돌아갔다고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이 11일 밝혔다.
한편 지중해 키프러스에서 체포됐다가 보석 석방된 뒤 자취를 감춘 핵심 러시아 스파이 크리스토퍼 멧소스의 행적은 오리무중인데, AP는 그가 이미 러시아로 숨어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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