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의 인질로 6년간이나 억류됐던 잉그리드 베탕쿠르. 대선후보로 선거 유세 도중 납치된 그녀는 2008년 7월 2일 정부군의 극적인 구출 작전으로 풀려났다. 전 세계의 환호 속에 베탕쿠르는 용감한 여성의 대명사가 되며 유명세를 떨쳤다. 각국 지도자들과 교황 등이 앞다퉈 만나길 원했고, 지난해에는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는 등 영웅대접을 받았다. 그랬던 그녀가 콜롬비아 정부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낸 사실이 드러나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
베탕쿠르는 인질로 잡혀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에 680만달러(약 81억원)를 요구했다. 납치 당일 위험지역에 보호없이 대선후보를 들어가게 한 정부 측의 책임을 물은 것. 베탕쿠르의 변호인은 “(베탕쿠르가)정부의 작전에 감사하고 있으나, 모든 합법적인 국가는 테러 희생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콜롬비아 국방장관은 9일 “놀랍고, 슬프다”며, 돌변한 그녀를 강하게 비판했다. 구출 직후 베탕쿠르는 “무혈작전이 완벽했다”며 정부에 감사를 표한 바 있다. 정부 측은 정부군과 무장혁명군이 전투를 벌이는 지역에 들어가는 데 대해 위험성을 경고했다고 밝혔다. 베탕쿠르는 이후 상황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문서에도 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10일 ‘뻔뻔한 행동’이 콜롬비아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함께 풀려난 14명의 인질들에 비해 특별대우를 받아온 그녀의 행동이 괘씸하다는 것. 일부에서는 군 작전과 헬기 등 정부가 지불한 비용을 받아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콜롬비아 정글에서 피랍된 독일 여성은 구조에 사용된 헬기 사용료 등 1만7,000달러를 자국 외교부에 내기도 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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