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애리조나주(州)의 반이민 정책이 연방정부 반대에도 불구, 강도를 더하고 있다. 불어나는 불법체류자를 막기 위해 애리조나와 비슷한 정책을 도입하려는 주ㆍ시 정부들도 늘고 있는 기세여서 이민단속에 대한 연방, 지방정부 간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러셀 피어스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은 불법체류자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의 미국 시민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올 가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 태생에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토록 한 수정헌법 14조에 대한 정면 거부다.
피어스 의원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불체자들이 헌법을 '공중납치'하고 있다"며 "우리의 위대한 복지에 무임승차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반시민권' 논리는 불체자들이 '시민권자 자녀'를 전 가족 시민권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미국에서는 이런 자녀를 'anchor baby'라고 부른다. 가족이 닻을 내릴 수 있도록 해준다는 뜻이다. 그는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합법적 신분을 가진 경우가 아니면 아기에게 시민권을 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피어스의 반시민권 법안은 4월 불법체류를 범죄화한 이민단속법(이달 29일 시행 예정)을 도입하고, 5월 공립학교에서 인종교육을 금지하고 사투리 교사들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한 데 이은 세 번째 반 이민정책이다.
애리조나 주민 여론도 피어스에 동조하고 있다. 라스무센 조사에 따르면 불체자 아기에 대한 시민권 불허 여론이 58%였다. 갤럽조사에서도 연방정부의 소송제기 찬성은 33%에 불과했다. 지난해 퓨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1,100만명 불체자 중 73%가 미국에서 자녀를 낳았다. 이런 자녀가 400만명이다.
인권단체들은 부모로 인한 아기의 불이익에 분노하지만, 불체자에서 비롯된 사회문제로 골치를 앓는 텍사스, 오클라호마 같은 주들은 이 법안을 준용할 태세다.
많은 전문가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불체자에 대한 미온적 대응을 애리조나의 강력한 반이민정책을 초래한 원인으로 본다. 11월 중간선거 때문에 불체자의 대부분인 히스패닉계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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