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호 지음/문이당 발행ㆍ280쪽ㆍ1만1,000원
소설가 조용호(49ㆍ사진)씨가 등단 12년 만에 낸 첫 장편이다. 아르헨티나 출신 가수 아타우알파 유팡키(1908~1992)의 동명 노래에서 제목을 따온 데서 알 수 있듯, 이 소설의 중심엔 음악이 있다.
작품 배경을 이루는 것도, 중심 인물들의 인연이 맺어지는 계기도, 이들의 삶과 운명을 결정적으로 규정하는 것도 모두 음악이다. 비물질인 음으로 이뤄졌을 따름인 음악이 인간의 운명과 시대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음을 새삼 일깨우는 작품이다. 소설 곳곳엔 전통 민요부터 '애수의 소야곡' 등 대중가요, 남미 가요에 이르는 다양한 노래 가사들이 마치 시처럼 인용돼 있는데, 그 노래의 선율을 떠올릴 수 있는 독자라면 공감각적인 작품 감상도 가능하겠다.
소설은 신문기자인 친구 '나'에게 자신의 일대기를 적은 비망록을 전달하고 종적을 감춘 가수 연우, 그를 찾아나선 연우의 아내 승미, 그리고 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세 사람은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 대학가에서 함께 노래패로 활동했던 사이. 연우가 잠적을 결심하고 쓴 것으로 보이는 비망록을 단서로, 승미와 나는 연우의 고향마을에서부터 시작해 그의 행적을 뒤쫓는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노래패의 또다른 일원이었던 해금 연주자 선화가 연우와 오랫동안 내연 관계를 맺어왔음을 알게 된다. 연우가 사라진 그녀를 되찾고자 자신들을 떠났다는 사실도.
가수로 생활인으로 누리던 안온한 삶을 내버리고 선화에게 집착하는 연우의 맹목적 사랑은 이 소설의 주제를 집약하고 있다. 그 사랑이 단순히 매력적인 이성에 대한 욕정에 머물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것은 깊은 정한이 서린 선화의 해금 연주에 제 노래를 얹어 음악적 완성을 이루고자 하는 예술혼이자, 정사(情死)로 생을 마감해버린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자가 치르는 숙명이다. 연우는 "진짜 훌륭한 노래나 연주라면, 신과 인간 사이에 부르는 노래라면, 그 노래는 아무도 파멸시키거나 해코지하지 못한다"(247쪽)며, 아내와 친구에게 그만 자신을 잊어줄 것을 청한다.
이 소설은 매우 세대적이기도 하다. 81학번으로 대학을 다녔고 한때 창작민요운동에 몸담았던, 이른바 386(지금은 486) 세대인 작가 조씨의 경험이 작품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유팡키를 비롯, 비올레타 파라(1971~1967), 빅토르 하라(1932~1973) 등 남미의 진보적 노래운동을 이끌었던 가수들이 소설 속에 자주 언급되는 것 역시 노래를 인간과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의 하나로 믿었던 그 세대의 입장을 반영한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