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콩지에 전성시대다. 지난 5일 일본기원에서 벌어진 제23회 후지쯔배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중국 랭킹 1위 콩지에(28)가 한국 랭킹 1위 이세돌(27)을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콩지에는 삼성화재배 LG배 TV바둑아시아선수권까지 세계대회 4관왕으로 올라서면서 명실상부한 세계바둑 1인자로 군림했다. 올해 벌어진 세계대회 가운데 이세돌이 우승한 비씨카드배를 빼고는 전부 우승했으며 현재 8강까지 가려낸 LG배와 춘란배에서도 살아남아 있어 타이틀 추가가 기대된다.
그동안 세계대회서 별로 빛을 보지 못했던 콩지에가 본격적인 비상을 시작한 건 작년 6월 제21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부터다. 콩지에는 준결승전에서 이창호를 꺾었고 결승전에선 이세돌을 무너뜨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올 2월에는 LG배 결승전서 이창호를 2대0으로 물리친 데 이어 이번 후지쯔배 결승에서 다시 이세돌을 꺾었다.
콩지에는 이창호와 이세돌에게 딱 한 번씩 졌을 뿐 최근 1년간 세계대회서 거둔 성적이 놀랍게도 29승2패, 특히 결승전에서는 한 번도 진 적이 없어 승률 100%다. 오랫동안 안으로는 구리와 창하오, 밖으로는 이창호와 이세돌의 그늘에 묻혀 지냈던 인고의 세월을 딛고 드디어 세계랭킹 1위로 우뚝 선 것이다.
콩지에의 이번 후지쯔배 우승을 계기로 중국 바둑 역시 한국을 제치고 세계최강으로 올라선 느낌이다. LG배 삼성화재배 비씨카드배 잉씨배 후지쯔배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 춘란배 등 7개 국제기전 가운데 한국이 비씨카드배(이세돌)와 잉씨배(최철한) 두 개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을 뿐 나머지 5개는 모두 중국으로 넘어갔다.
이 가운데 4개를 콩지에가 독차지하고 있고 창하오가 춘란배 타이틀을 갖고 있다. 지난 10여년 간 세계바둑을 주름잡던 한국 바둑이 중국 바둑에 점점 밀려나고 있는 확실한 증거다.
특히 중국 기사들이 전체적으로 초반 포석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바둑에선 중반 전투나 종반 끝내기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포석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기초가 튼튼해야 다음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바둑의 전성기 때는 이창호 유창혁을 중심으로 젊은 기사들이 공동연구에 적극 참여해 모든 신수 신형이 한국에서 개발됐으나 이제는 반대로 중국이 활발한 공동연구활동에 힘입어 초반 전략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한국 바둑은 정체돼 있는 반면 중국 바둑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 바둑이 다시 정상에 서기 위해선 뭔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영철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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