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아래 펼쳐지는 국악의 변신은 뜨겁다. 기지 넘치는 무대는 물론 근본적 탐구까지, 다양한 변신이 인상적이다.
월드 뮤직 그룹이라는 기치를 내건 창작국악그룹 공명이 새 무대 'Space Bamboo'를 갖는다. 한 자부터 1미터 크기까지 다양한 대나무를 두드려 청량한 타격음을 선사하는 이 4인조 그룹은 해외 페스티벌과 아트마켓의 시선을 사로잡아 왔다. 박승원(36)씨 등 젊은 국악인 4명으로 이뤄진 이 그룹은 이번에 '하얀 달' '하늘을 쓰는 빗자루' 등 대나무를 이용한 소리의 향연을 펼친다. 21~25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70-8699-0123
국악의 나래 아래 연주자들은 즉흥의 자유를 만끽한다. 속악은 물론 정악까지 아우르는 변신에 객석의 신명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기쁨의 글월 즉 희문(熙文)이라는 이름으로 경기 소리의 매력을 알려온 소리꾼 이희문(34)씨는 새 무대 '황제, 희문을 듣다'를 선보인다. 경기 소리가 궁중에서 공연되기까지 거쳤을 과정을 유추하는 무대다.
굿, 민요, 잡가, 시조 등 경서도 소리를 섭렵한 이씨가 소리는 물론 재담까지 폭을 넓혀, 사라져가는 유산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보여준다. 경기 소리의 명창이자 재담의 대가로 고종의 총애를 받았던 가무별감 박춘재가 살아 온 듯하다. 서민과 궁중의 사랑을 두루 받았던 경기 소리의 과거와 현재가 '신민요 접속곡' 등에 실린다. 판소리꾼 박애리씨 등 국악 쪽은 물론 아코디언 주자 조미영, 클라리넷 주자 신해인씨 등이 함께 출연한다. 17, 1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10-8868-7645
사물놀이패, 이생강씨 등과 새 국악을 모색해 오던 피아니스트 임동창(54)씨는 최근 새 창작곡집 '임동창의 풍류, 허튼 가락'(Aulos Media 발행)을 발표했다. '영산회상' '수제천' 등 3장의 음반에서 이씨는 대편성의 정악을 1대의 피아노로 감당한다. 또 6권의 모두 1,116쪽짜리 악보집 '즉흥의 요령'(상상디자인 발행)도 발표, 국악을 서양의 틀 속으로 옮겨온 작업 논리도 공개했다. 이 악보집은 해외 160곳과 국내 관련 학자들에게 전달돼 객관적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연주자에게 해방의 자유를 느끼게 할 즉흥의 디딤돌이 마련된 셈이랄까요." 임씨는 "이번 작업은 이생강씨 등 대가들과의 모색기, 최근 10년 간의 잠적기로 이뤄낸 총체적 작품"이라며 "클래식에서 말하는 변주라기보다는 즉흥의 기록"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가을부터 공연 등을 통해 반응을 지켜볼 계획"이라며 "우선 대편성 현악 챔버 오케스트라 반주로 펼치는 무대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민요, 산조, 전래 동요 등을 채보한 2,500여쪽 분량의 원고도 현재 녹음과 출판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재즈 피아니스트 이노경(36)씨는 4집 'Matchmaker'(유니버설 발행)에서 한국의 전통을 안았다. '경복궁 타령'(경기도), '몽금포 타령'(서도), '오돌또기'(제주도) 등 5도의 민요를 재즈적 어법으로 편곡한 작품이다. 버클리음대 등에서의 정통 재즈 수업, 월드뮤직과 트로트에 기반한 재즈 작업 등을 아우르는 음악적 여정의 도달점이다. 이씨는 "국악기 협연 등 외양에 치중했던 작업에서 탈피, 국악적 리듬 속으로 깊이 들어간 결과"라고 말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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