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 혐의를 받고 있는 오현섭(60) 전 여수시장이 장기간 잠적해 경찰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전남 여수시의 야간경관조명사업 시공업체 나이토피아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지난달 18일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당초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나이토피아를 시공업체로 선정해준 대가로 2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여수시청 간부인 김모(59)씨를 수사 중이었다. 김씨는 경찰 수사를 피해 4월 초 사직한 뒤 잠적, 지명수배를 받아오다 지난달 15일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구속됐다.
경찰은 김씨로부터 "2억6,000만원 중 1억원을 오 전 시장의 측근인 주모(중국 도피)씨에게 전달하고, 나머지는 오 전 시장의 지시에 따라 지역 측근들에게 나눠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주씨가 받은 1억원은 여수시의회 의원 10여명에게 300만~1,000만원씩 건네진 것으로 확인됐다. 돈을 받은 건 김씨지만 실제로 돈을 관리하고 쓴 것은 오 전 시장이라는 게 밝혀진 셈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달 18일 오 전 시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
그러나 체포영장 발부 직후 오 전 시장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지난달 19일부터 휴대폰 전화를 받지 않았고, 월요일인 21일에도 3일 연가를 낸 채 시청에 출근하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변호사와 상의한 뒤 적절한 시점에 출두하겠다"는 게 경찰과의 마지막 통화였다.
경찰은 오 전 시장의 도피를 도운 이모(57)씨를 8일 구속하면서 이씨가 오 전 시장을 지난달 29일 광주 인근까지 차로 데려다 줬다는 진술을 확보, 이 지역을 중심으로 도피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이 휴대폰, 인터넷, 신용카드 등을 사용하지 않아 현 위치를 알기 어렵다"며 "지난달 11일 출국 금지됐고, 해외에 연고지도 없어 아직 국내에 있을 것으로 보고 뒤를 쫓고 있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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