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협화음은 어떻게 음악이 됐을까
나머지는 소음이다 / 알렉스 로스 지음
중세에 '음악의 악마'로 불리던 불협 화성 체계는 19세기 말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걸작 '살로메' 등에 의해 충격적으로 살아났다. 음악은 어떻게 해서 소음까지 끌어안게 됐을까.
기득권자들이 만든 전통의 폐쇄성을 깨고 20세기 음악이 발전해 온 양상이 이 책에서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과 함께 서술된다. 작곡가들의 생애, 그들의 음악, 당대 문화와 사회ㆍ정치, 당사자들의 생생한 진술 등 방대한 정보가 대하소설처럼 엮여졌다.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의 장교들을 음악으로 감동시킨 알마 로제(말러의 조카딸), 베토벤의 미국화에 이어 인디언 음악 등 다양한 민족음악을 자신의 작품 속에 녹인 번스타인, 앙숙 사이였던 메시앙과 불레즈가 그려낸 풍경 등 현대음악사 곳곳에 숨어 있던 뒷얘기를 발견하는 재미도 함께한다. 2007년 뉴욕타임스 선정 최고의 도서로 뽑힌 이래 "음악과 문화사를 성공적으로 엮어낸 드문 책"이라는 평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김병화 옮김. 21세기 북스ㆍ896쪽ㆍ4만5,000원.
장병욱기자 aje@hk.co.kr
■ 세계 최고 애니메이션 회사의 성공 유전자
픽사 이야기 / 데이빗 프라이스 지음
'토이 스토리' 시리즈와 '업' 등을 만들며 지금이야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회사로 꼽히지만 픽사의 출발은 미약했다. 1974년 보잘것없는 뉴욕공과대 컴퓨터그래픽스 연구소가 그 출발점이었고 성장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할리우드의 거물 조지 루카스가 이끄는 루카스 필름에 잠시 둥지를 텄지만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완전히 미친 소리"라고 하던 시절이라 눈치만 보기 일쑤였다. 스티브 잡스가 1986년 단돈 500만 달러에 인수한 뒤 성장 발판을 마련했으나 애니메이션 사업은 언제나 뒷방 신세였다.
1995년 '토이 스토리'를 내놓으며 일약 할리우드의 실력자로 부상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1년. 픽사의 주요 멤버인 존 래스터, 에드윈 캣멀 등이 오랜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은 "창작의 기쁨, 성취의 기쁨, 혹은 단순하게 자신이 가진 에너지와 재주를 발산하는 기쁨"이었다.
오늘의 픽사를 만든 인물들이 겪은 역정과 환희를 전하며 세계 최고 애니메이션 회사의 성공 유전자를 찾는 책이다. 이경식 옮김ㆍ흐름출판ㆍ504쪽ㆍ2만3,000원.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 日천황 신격화 맞선 쿠데타의 정신적 지주
기타 잇키/마쓰모토 겐이치 지음
1936년 2월 26일 일본을 뒤흔든 2ㆍ26 쿠데타의 정신적 지주였던 사상가 기타 잇키(北一輝ㆍ1883~1937) 평전이다. 일본 육군 청년 장교와 병사 1,400여명이 개혁을 꿈꾸며 일으킨 이 쿠데타의 주역들과 함께 기타 잇키도 사형에 처해졌다. 이후 거의 잊혀진 기타 잇키를 되살린 사람이 이 평전의 저자인 마쓰모토 겐이치 레이타쿠대 경제학부 교수이다.
천황 신격화가 가속화되던 1900년대 초 기타 잇키는 24세의 젊은 나이에 천황 신격화를 거부하고 국민 주권을 주장하는 로 주목을 받은 이래, 중국 신해혁명에 참여한 경험을 기록한 , 천황을 혁명의 수단으로 이용하자는 등으로 일본 사상계에 충격을 던졌다.
사회주의에서 국가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상을 편력한 기타 잇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 일본을 이끈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친 서구의 여러 사상, 일본과 중국에서 활약한 혁명가들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정선태 등 옮김ㆍ교양인ㆍ1,220쪽ㆍ6만5,000원.
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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