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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완벽한 가격' 싼값에 웃으며 치르는 비싼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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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완벽한 가격' 싼값에 웃으며 치르는 비싼 대가

입력
2010.07.0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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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러펠 셸 지음ㆍ정준희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ㆍ432쪽ㆍ1만6,000원

당신은 물건을 구입할 때 어떤 기준을 가장 중시하는가?

어떤 이에게 그것은 상품의 품질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에게는 그 상품을 파는 상점에 대한 신뢰일 수도 있다. 수많은 기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가격'이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가격으로 단순화해 이윤을 얻어내는 산업이 바로 대형할인점이다. 미국 보스턴대 과학저널리즘학 교수인 엘렌 러펠 셸은 월마트, K마트 등 미국의 유수한 대형할인점들이 어떤 식으로 성장했는가를 추적하며 싼값 이면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기를 권한다.

저자는 싼값이 함의하는 바를 폭로하기 위해 가격과 소비심리의 관련성에 대한 다양한 실험사례를 소개한다. 대형할인점들의 할인정책이란 상당부분 소비자들의 마음에 대한 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가령 이런 실험이 있다. 대상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디지털 카메라를 249달러에 가상으로 구매하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한 그룹에는 카메라의 소매가를 799달러, 또다른 그룹에는 499달러, 나머지 한 그룹에는 299달러라고 제시했다. 모든 그룹이 할인폭에 만족했지만 첫번째 그룹이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원래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 3배 높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메라의 실제 소매가가 249달러라는 사실을 알려주자 자신의 선택에 가장 후회한 것도 첫번째 그룹이었다. 지은이는 할인점들은 고객의 이런 심리를 부추겨 구매를 유도한다고 주장한다.

싼값이 진실로 싼값이 아닌 이유는 또 있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0에 수렴할수록 막대한 대가를 기꺼이 참아내는데 그 대가란 바로 '시간'이다. 소비자들은 '할인'이라는 대형할인점의 전략에 쉽게 이성이 마비되면서, 시간은 대가로 여기지 않는다. 가령 대형가구용품 할인매장인 이케아의 경우 다양한 가구를 염가로 판매하지만 미국의 이케아 고객들이 매장에 가려면 평균 왕복 80km를 운전해야 한다. 할인점까지 가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은 고객들의 우선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싼값에는 윤리적인 문제도 있다. 대형할인점을 운용하는 초대형 유통업체들이 제품

공급업체들에게 더 낮은 공급가를 요구할수록 제조업체들은 생산기지를 더 저렴하고 순종적인 근로자들이 있는 나라로 옮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대형할인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말도 허구라고 말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할인점에서 내구성 없는 소비재들을 부자들보다 2배나 더 많이 구매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따지면 부자들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소비재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셈이라는 것. 할인산업이 가난한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기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할인산업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결론 내린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지역의 중소상인을 몰아내며 저임금경쟁을 심화시키고 또한 솜씨좋은 장인을 몰락시키는 싼값의 유혹. 이런 파우스트와의 거래를 계속할 것인가? 저자가 던지는 물음은 우리 현실에도 유효하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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