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부동의 진리는 동어반복뿐이라지만,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 말도 그렇다. '인사(人事)'는 단순히 보면 '사람의 일'이지만, '사람 부리기'를 뜻하는 '사인(事人)', 또는 흔히 쓰이는 '용인(用人)'과 같은 말이다. 지금은 그 뜻이 확장돼 그렇게 부림을 받는 사람들의 활동 영역의 '좌표'인 직책과 직위, 그런 좌표의 이동까지도 가리킨다. '만사(萬事)'가 순수 자연의 일을 뺀, 인간의 개입을 상정한 '모든 세상일'일 터이니, 그 주체인 사람을 어떻게 부리느냐에 달릴 수밖에 없다.
■ '만사'가 걸린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임은 물론이다. 이를 비튼'인사가 망사(亡事)'라는 말도 인사의 중요성을 부각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중요한 일이 대개 그렇듯, '적재적소(適材適所)'로 요약되는 성공적 인사가 대단히 어렵다는 점이다. 직책 수행에 필요한 기본 역량을 갖춘 사람이야 많지만 다른 사람과 견주어 '적임자'를 고르기는 이만저만 어렵지 않다. 우선 무엇을 비교의 잣대로 삼을지 자체가 불분명하다. '실력 위주'라는 방침은 좋다 해도 실력의 구체적 내용은 역시 막연하다. '연줄'이 힘을 쓰는 발판이다.
■ 인사가 난사(難事)인 더 큰 이유는 발탁되는 한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을지 몰라도 탈락되는 잠재적 후보자 다수에게 서운함을 안기기 때문이다. 이 서운함은 인사권자가 압도적 권위를 행사할 때는 드러나지 않지만, 애초에 형식적 힘에 불과했거나 권력이 쇠퇴하는 조짐이 나타나면 이내 불만과 반발로 터져 나온다. 가령 국내 대기업의 인사에 대한 찬사는 무성해도, 불만이나 비난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확고한 주식지분을 가졌거나 지분구조 덕분에 과소지분으로도 실질적 경영권을 확보한 이른바 '오너'들의 인사가 아니라도 이럴까.
■ 기업보다 정부의 인사가 한결 어려운 것은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기도 하지만, 기업의 경영권에 비할 수 없이 짧은 권력의 수명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권력유지 예상 기간이 짧을수록 탈락자의 불만은 커진다. 희망자가 줄어들어 적임자 찾기도 어려워진다. 각계각층이 절반으로 갈려 정치권의 대결ㆍ갈등 구조에 편입돼 가는 한국적 상황은 가용 인재 풀을 더욱 작고 얕게 만들었다. 청와대와 내각의 인사를 앞두고 벌써부터 마땅한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들린다.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현상이다. 안 그래도 어려운 인사함수에 변수가 또 생겼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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