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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제천 국제음악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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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제천 국제음악영화제

입력
2010.07.09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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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의지와 계획이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고 자만이다. 적어도 내 경험 속에서 성공과 실패는 내 의지나 계획과 인과관계가 없다. 작곡가로서 타고난 재능과 노력에 비해 과분한 명성을 얻었지만, 사업가로서 예상치 않았던 곳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엄청난 고통을 겪기도 했다. 나의 현재는 과거에 생각했던 나의 미래와는 너무나 낯설다.

불교 서적에서 읽은 독화살의 비유가 떠오른다. 길을 가던 사람이 난데 없이 독화살에 맞았다. '이 독화살을 도대체 누가 쏘았을까?' '왜 쏘았을까?' '내가 무얼 잘못했을까?' 이런 의문에 빠지기 시작하면 그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독화살에 맞은 사람의 유일한 선택은 화살을 빨리 빼내고 독을 닦아 내는 일뿐이다.

내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나를 자만과 착각에 빠지게 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솔직히 영화제를 이끌어 온 4년 동안 거의 절반은 나의 회사가 너무 힘들어 영화제 준비에 작은 능력조차 다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명감과 전문성, 제천 사랑으로 똘똘 뭉친 스태프들의 탄탄한 조직력과 성실성과 열정이 제천시 공무원들과의 교감으로 이어져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결과들을 만들어 냈다.

기획하는 프로그램이나 이벤트 모두가 출품작과 참여자들이 몰려 들었고, 해마다 그 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연구기관의 리서치와 정부기관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고, 충청북도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처음에는 무관심했던 많은 영화인과 음악인들도 지금은 제천 국제음악영화제에 참여의사를 밝히고 개막을 기다린다는 메일이 쇄도한다. 매년 영화제 폐막식이면 스태프들과 얼싸안고 또 다시 성공했다는 보람과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내년 또 그 다음 해에도 계속 이어질 것만 같이 느껴졌다.

그뿐 아니라 하늘도 항상 기적을 가져다 주었다. 영화제 기간이 비가 많이 오는 8월 중순이고 개ㆍ폐막식을 비롯한 큰 행사들이 야외 호반무대에서 열리기 때문에 늘 걱정하는 것은 비다. 그런데 행사 때면 퍼붓던 소나기마저 멈추는 기적이 일어났다. 매년 예외 없는 날씨의 기적에 감동하여 나도 모르게 제천에 있는 배론 성지를 찾아가 묵주를 사고 눈물로 감사기도를 드렸다. 종교가 없는 나는 그 전에 한번도 내 발로 교회에 가본 적이 없다. 영화제가 다가오면 지금도 그 묵주를 가지고 다니며 영화제의 성공을 기도한다.

최근 그 묵주의 용도가 달라졌다. 6월 지방선거 이후에 난데없이 제천 국제음악영화제를 전면 재검토한다거나 폐지한다는 기사가 지역신문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화제가 시민 생활에 경제적으로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장밋빛으로 가득했던 미래가 순간 암울해졌다.

영화제를 둘러싼 논란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따질 생각은 없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의지와 계획이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과 자만에 순간적으로 빠진 나를 발견하고 삶에 대한 자세를 다시 가다듬는 일이다. 돌발적 사태에 직면해서 논리적으로 잘잘못을 따지고 주장을 만드는 일은 시간의 낭비이고 자만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제천 국제음악영화제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영화제의 생명은 그 문화적 가치에 있다. 문화적 가치를 지키고 고양하는 생산적 활동에 전력을 다하는 것만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선택이다. 이를 계기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더욱 성숙하길 바란다.

조성우 영화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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