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확대의 신호탄일까.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9일 사상 초유의 총리실 압수수색이란 강수를 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압수수색은 수사 초기 당연한 수순이긴 하다. 그러나, 그 대상이 상징성이 큰 총리실이고, 총리실이 수사의뢰를 한 사안이란 점에서 보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과거 검찰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이처럼 강제 수사를 벌인 경우 대부분은 대형 게이트로 번지곤 했다.
검찰에서도 미묘하게 변화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당초 검찰은 "총리실에서 수사 의뢰한 내용만을 수사한다"며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이날 수사팀은 "수사의뢰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4명이 수사의 초점"이라면서도 그 외연이 넓어지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압수수색을 계기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압수수색에서 검찰이 총리실 측의 불법 행위나 윗선의 존재와 관련한 결정적 물증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또 다른 불법사살증거나 정황이 나올 경우 검찰이 직무상 이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정치권이 계속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검찰이 수사 범위를 정하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야당은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 등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정부ㆍ공기업 인사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한 상태다. 불똥이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로 튈 경우 그 파문은 가늠키 어렵다. 이런 점에서 검찰의 최종 과녁이 어디가 될지 아직은 미지수인 셈이다. 그러나 적어도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윗선, 또는 청와대 비선(秘線) 보고라인이 따로 존재한다는 의혹 규명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이 공개 수사에 착수한 지 나흘 만에 압수수색해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이다. 관련자의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선 최대한 빨리 압수수색에 나섰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검찰수사가 제기된 의혹들을 낱낱이 규명하지 못한 채 총리실의 수사 의뢰 건만 처리하고 종결된다면, 이번 압수수색은 구색 맞추기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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