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전자회사 두 곳이 끈질기게 제품 결함을 주장하는 한 소비자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동일한 소비자 L씨와 휴대폰 때문에 갈등을 빚고 있다. L씨는 5월에 사용하던 휴대폰에 불이 나 삼성전자에 문제를 제기했다. L씨에 따르면 아침에 운동을 하고 왔더니 충전 중인 휴대폰에 저절로 불이 난 것. L씨가 고객관리(AS)센터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뒤 삼성 측은 500만원의 합의금을 제시하고 원인 분석을 위해 휴대폰을 가져갔다.
삼성전자는 수거한 휴대폰을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 분석을 의뢰했고 제품 문제가 아닌 외부 발화라는 결과를 받아 L씨에게 재차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그러나 L씨는 외부 원인이 아닌 제품 자체의 발화라는 점을 주장하며 삼성과 맞서고 있다.
공교롭게 같은 기간 L씨는 LG전자와도 마찰을 빚었다. 휴대폰이 저절로 켜지고 꺼지는 오작동을 되풀이해 LG전자에 문제를 제기하고 지난달에 서울 여의도 LG전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LG전자의 주장은 문제의 휴대폰이 오작동하지는 않았으나 고객 우대 차원에서 교환 또는 환불을 제안했으나 L씨가 이를 거부하고 시위를 벌였다는 것. 그러나 L씨는 "AS를 제대로 받기 위한 시민운동 차원에서 1인 시위를 한 것"이라며 "이를 알리기 위해 지난달에 LG전자 AS피해자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고 벌써 1,000명 가까운 회원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곤욕스런 입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L씨를 부당한 요구를 하는 블랙컨슈머로 보고 있다. 업체들이 이렇게 보는 이유는 L씨의 잦은 환불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L씨가 서너 차례 휴대폰 환불을 받았다고 밝혔고, LG전자도 2008년과 2009년에 걸쳐 각각 휴대폰과 노트북을 환불받았다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L씨는 제품 하자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L씨는"제품에 문제가 있으니 환불한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데도 환불해 줬다면 해사 행위를 한 담당 직원을 문책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문제가 기업 이미지 및 제품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봐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속을 끓이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원칙적 대응 외에 방법이 없다"며"기업이 소비자와 부딪치면 무조건 기업이 나쁘게 보여 최대한 조심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직원이 사비로 환불해 주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휴대폰 폭발과 관련 L씨의 주장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법적 대응을 검토중이다. 이에 대해 L씨는 "민주노동당, 참여연대 등에도 이 사실을 알렸고 같이 싸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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