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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은 총재 취임 100일/ "비둘기인 줄 알았는데 요즘 보면 아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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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은 총재 취임 100일/ "비둘기인 줄 알았는데 요즘 보면 아닌 것 같네요"

입력
2010.07.0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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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비둘기인 줄 알았는데 요즘 보면 아닌 것도 같다"(한 채권 애널리스트의 평가)

9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실 김 총재는 시작부터 설화의 연속이었다. 총재 내정 직후 "한은도 정부" "물가와 성장 중 최종 선택은 대통령의 몫"등의 발언이 전해지자, 그는 곧바로 독립성 논란에 휘말렸고 시장은 "통화정책의 주도권이 완전히 정부로 넘어갈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일부 채권 애널리스트들은 "이제 올해 금리인상은 물 건너 갔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국내 경제가 예상 외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분위기는 점차 바뀌었다. 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하반기 물가압력을 거듭 강조했고, 이제 시장의 컨센서스는 "8, 9월께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쪽으로 바뀌었다.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금리 인상 시그널을 시의적절하게 보냈다"며 "친정부적인 인사여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초기의 예상에 비해 비교적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결정문의 문구를 전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바꾸고, 기자회견에서도 총재 개인의 의견보다는 금통위 전체의 의견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는 면 역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개인 카리스마'가 강해 통화정책 결정문보다 금통위 후 기자회견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쳤던 전임 이성태 총재와는 달리, 김 총재 부임 후에는 통화정책 결정을 위한 금통위의 고민과 노력이 결정문에 구체적으로 반영돼 있어 시장이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평이다.

하지만 김 총재에 대한 의심 어린 시선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시장관계자는 "한은이 금리인상 시그널을 보낸 것은 이미 윤증현 장관 등 정부 인사들이 비슷한 뉘앙스의 발언을 시작한 이후였다"며 "여전히 시장은 한은보다 정부에 더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의 독립성에 대한 의지가 시장의 완전한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내부의 평가도 아직은 엇갈린다. 김 총재는 취임 직후부터 여러 차례 한은 내부의 개혁을 주문했고, 이 과정에서 한은 직원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원 7명 가운데 한 자리가 두 달 넘게 공석이고 한은의 국제ㆍ외화 담당 부총재보도 비어 있는 점도 꺼림직한 대목이다.

하지만 남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철저히 원칙주의를 적용하는 김 총재의 스타일에 대해 점차 긍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한은 관계자는 "총재가 외국에 출장을 가더라도 현지 사무소 직원에게는 '일만 열심히 하라'며 공항으로 마중 나오지 않도록 지시하는 등 철저한 원칙주의자"라고 평했다. 그는 "아직 취임 초기인 만큼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고집스런 원칙주의자인 김 총재가 확고한 통화정책 마인드를 갖춘다면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고집스럽게 통화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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