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저녁 서울 중구 태평로클럽.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 교원평가제 등 주요 현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진보 교육감을 포함해 16명의 시도교육감들이 간담회 형식으로 첫 만남을 가졌으나, 서로의 의견 차이만 확인했다.
진보교육감들은 교원평가제 거부(김승환 전북도교육감)와 학업성취도 평가 선택권 부여(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반면 교과부는 철회를 거듭 요청했다.
안 장관은 최근 불거진 교과부와 일부 진보 교육감간의 갈등을 의식한 듯 인사말을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안 장관은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정부가 하는 게 베스트(최선)가 아닐 수 있다"며 "그래서 조정도 하게 되는 것이며, 교육감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교과부에서 안된다고 할 수는 없어 열린 자세로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교과부 장관의 일방주입식 지시로 일관했던 이전의 교육감 간담회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한 보수 교육감은 "교육감들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이어 "교육감들이 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자주 모여 좋은 것을 결정해주고 협의해주면 교육 개혁을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과부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샀던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안 장관의 이같은 유화책과 상관없이 교과부의 정책 방향과 대척점에 서 있는 민병희 강원도교육감과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거침없이 소신을 드러냈다. 민 교육감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언급했다. 그는 "전수(全數) 평가가 아닌 표집평가로 시행돼야 하며, 정부가 강조하는 창의교육과 인성교육을 잘 하려면 학업성취도 평가를 강제적으로 치르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 교육감은 간담회 후 "주입식 교육이 사라져야한다는 부분에 대해선 장관도 공감했다"고 전했다.
앞서 민 교육감은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들을 서열화하는 등 비교육적"이라며 "학교에선 밤늦게까지 이에 대비한 수업을 진행하는 데 이런 것들은 교과부가 이야기하는 교육과정 정상화에도 어긋나고 교육자의 양심상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원평가제 거부와 학업성취도 평가 선택권 부여 입장을 밝혔던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도 안 장관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김 교육감은 "학생이 원하지 않는데도 교과부가 학업성취도 평가 응시 의무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교과부가 직무이행명령을 내릴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후 사태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법률 전문가로서 그 정도는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등 5명의 진보 교육감들은 9일 오전 민주당 김진표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정책공조를 논의하기로 해 주목된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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