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혀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막혔을까, 도무지 헤어날 틈이 보이질 않는다. 대한민국 지도를 바꿀, 스카이라인을 다시 그릴 대규모 민관 합작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고착단계를 넘어 송두리째 좌초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버블이 한창이던 시절 화려한 '장밋빛' 청사진으로 시작됐지만, 이젠 손님(투자자)도 먹을 것(수익성)도 없는 썰렁한 잔치가 돼 하나 둘 문을 닫기 일보직전이다.
삐걱대는 현장
수도권 최고 인기 신도시로 꼽혔던 판교, 그 안에서 최고 알짜상권이었던 ' 알파돔시티'개발사업은 최근 투자자들이 중도금 납부를 포기하며 사업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 계약이 해지되면 계약금 2,360억원과 사업이행보증금 2,000억원을 모두 날리게 되지만, 현재로선 딱히 자금조달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다.
특수목적법인인 ㈜알파돔시티는 앞서 지난달 유상증자 참여도 포기했다. 알파돔시티는 지난해에도 토지중도금 8,400억원을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용제공으로 간신히 조달, 이미 사업비 충당에 어려움을 예고했다.
광교신도시의 경우 아파트는 100% 청약 열기를 과시하고 있지만, 공모형 PF만은 예외다. 신도시내 주거ㆍ상업ㆍ업무복합단지를 조성하는 PF사업은 두 차례나 공모가 무산돼 다음달 재공모에 들어가는데, 마땅한 투자자를 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인천대 이전 부지에 복합개발사업을 구상중인 인천도화지구 프로젝트도 SK건설 컨소시엄이 PF를 통한 자금조달에 실패, 400억원이 넘는 자본금 손해를 보게 됐다. 발주처인 인천도시개발공사가 1조3,000억원의 채권발행으로 자금을 조달, 사업을 재추진 중이지만 순항여부는 불투명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복합단지 개발을 표방한 28조원짜리 용산역세권개발도 마찬가지. 토지중도금 미납과 자금조달 방안을 놓고 투자자간 이해관계가 대립하며 사업이 존폐 기로에 몰렸다. 원점으로 되돌리지 않으려면 땅주인이자 사업 최대 주주인 코레일과 재무ㆍ전략적 투자자, 건설투자자 등이 빠른 시일 안에 자금조달 방안에 합의해야 하는데 입장차가 커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반기에도 수조원대의 공모형 PF가 5,6건 정도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 상태로는 성공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왜 이렇게 됐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시장 침체. 부동산 시장이 뜨겁던 2006년과 2007년에 봇물 터지듯 쏟아진 공모형 PF사업들이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얼어붙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로 금융권이 개발사업에 대한 돈 줄 죄기에 나서면서, 막다른 골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최고조일 때 사업을 짜다 보니 리스크에 대한 예측부족, 즉 너무 낙관적으로 흐른 측면도 크다"고 말했다.
재무구조개선이 시급한 공기업들이 앞다퉈 공모형 PF에 나선 것도 부담이 됐다. 소유부지를 개발사업용으로 내놓고 부가가치를 얹어 팔아 공기업 최대 현안인 재무 부실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사업추진 배경이 이렇다 보니 비싼 땅값을 제시한 곳을 사업자로 선정할 수밖에 없어 사업성을 떨어뜨리고, 결국엔 사업이 중도에 차질을 빚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PF 담당자는 "상당수 공모형 PF는 공기업들이 땅장사 하려고 시작한 거나 다름 없다"며 "또 여기에 시행사가 한몫 잡으려고 규모를 너무 키우다 보니 금융 지원이 쉽지 않은 구조로 바뀌게 되고, 결국엔 사업이 헛바퀴를 돌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사업내용과 시설이 비슷비슷한 공모형 PF가 여기저기서 벌어지다 보니 과잉 공급에 따라 시장성이 낮아진 것도 실패 요인 중 하나"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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