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3시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후곡 2점 내부. 허연정(41) 점장과 직원들이 막 들어온 야채를 정리하고 진열대에 올려 놓느라 연신 분주히 움직였다.
갓 구운 빵은 오전 8시, 신선 야채는 오후 3시…. 일반 동네 슈퍼 규모였지만 상품 공급 및 인력 운영이 톱니 바퀴처럼 철저히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고 있었다. 자연 신선한 양질의 상품이 공급됐다.
허 점장은 "대형마트 브랜드인데도 주변 소상인들과 마찰이 없을 뿐 아니라 유동 인구가 하루 1,500명까지 늘어나 인근 상권이 오히려 살아났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유통업계의 핫이슈가 된 기업형 슈퍼마켓(SSM) 문제가 이 곳에서는 딴 나라 일이었다.
유통 그룹 홈플러스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홈플러스 상생 프랜차이즈' 사업이 '대기업과 지역 소상인 상생'의 성공 케이스로 자리잡고 있다.
이 사업의 특징은 지방 소상인의 지역 연고 노하우에 대기업의 자본과 시스템을 결합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소상인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지방 소상인과 대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새 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이런 대의 때문에 자격이 까다롭다. 우선 해당 지역에서 소규모 유통업을 하다 어려움을 겪은 소상인에게만 가맹점주 자격을 준다. 허 점장도 인근에서 60㎡ 규모의 미니 슈퍼마켓을 운영했다 망한 경험이 있다.
"당시는 제 인생 최대 위기였어요. 배운 기술은 이것밖에 없는데 가정이 무너지는구나 하는 두려움에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운 좋게 허씨는 '상생 프랜차이즈 사업'을 알게 됐고, 슈퍼를 폐업한 지 6개월 만에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상생 프랜차이즈의 또 다른 매력은 소상인의 부담은 줄여 주면서, 최저 수익은 보장해 준다는 점이다. 후곡2점의 경우 총 투자비용이 15억원인데 이 중 허 점장의 투자 규모는 1억9,7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인테리어 비용, 매장 임대비, 시설투자비 등 약 13억원에 달하는 창업비용은 모두 홈플러스 측에서 부담했다. 하지만 나오는 수익에 대해서는 허씨와 홈플러스가 43대 57의 비율로 나눠 갖는다. 또 아무리 사업이 적자가 나더라도 홈플러스가 점주에게 연간 5,500만원의 수익을 보장해 준다.
혹시 장사가 안돼 폐업하더라도 소상인은 투자비 대부분을 돌려받는다. 물론 직원 고용이나 품목 선택 등의 경영 독립성은 충분히 보장해 준다.
허 점장은 "운영 노하우 외에 최저 수익과 투자비를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사업"이라며 "최근 지방에서 대기업과 중소상인 간의 마찰이 있는데 이 사업이 그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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