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이 한동안 잠잠하던 여권 내 친이계의 권력 투쟁에 불을 지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7일 전당대회 후보 TV토론회에서 민간 사찰 파문의 책임이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게 있다고 지목하는 듯한 발언을 할 정도다. 정 의원은 "2년 전 처음 외롭게 이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는데, 당시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느끼고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정 의원이 꺼낸 2년 전 문제는 2008년 6월 그가 주장한 '박영준 차장(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의 인사 전횡 등 권력 사유화 논란'을 가리킨다.
정 의원이 2년 전 얘기를 다시 꺼내자 박 차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측이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 의원과 박 차장이 다시 한 번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정 의원과 박 차장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대표적 사례다. 두 사람은 이 대통령을 만든 서울시청팀과 안국포럼의 핵심 멤버로, 정권 창출의 일등 공신들이다. 그러나 2008년 2월 현 정권 출범 직후 두 사람은 등을 돌렸다. 청와대와 정부 인사 작업에서 박 차장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정 의원이 상대적으로 배제되면서부터다. 정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 인선 때까지만 해도 상당한 입김을 행사했지만, 조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사 과정에선 큰 힘을 쓰지 못했다. 그래서 정 의원은 박 차장 세력이 자신을 견제하고 있다는 의심을 품었고, 그래서 두 사람의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정설이다.
약 2개월 뒤인 2008년 6월 정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청와대 '왕비서관'으로 통했던 박 차장을 겨냥해 "이간질과 음해, 모략의 명수" "김현철 박지원 이광재씨를 합쳐놓은 것보다 더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등 원색적 비판을 했다. 파문이 커지자 박 차장은 비서관직에서 물러났고, 그 역시 언론을 통해 "청와대 참모 인선 과정에서 정 의원이 천거한 50명 중 30명이 관철됐다"고 주장하는 등 반격을 가했다.
박 차장은 2009년 1월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 임명되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당시 정 의원이 박 차장에게 축전을 보내고 박 차장이 취임인사 차 국회를 방문했을 때 정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들른 것을 두고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두 사람은 지난 해 말 안국포럼 출신 인사들의 송년회 등에서도 조우했지만 실제 앙금이 풀리진 않았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정 의원과 박 차장은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을 계기로 또다시 정면 충돌의 길로 가고 있다. 정 의원의 공세가 거세질 기미를 보이자 박 차장과 함께 선진국민연대에서 일했던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은 정 의원을 겨냥, "박 차장을 죽이기 위해 박 차장 등에 칼을 꽂는 구태 정치를 하고 있는데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양측 발언 수위로 볼 때 두 사람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다"고 전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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