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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21세기 목민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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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21세기 목민관의 길

입력
2010.07.0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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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은 에서 목민관이 갖춰야 할 자질로 덕망, 위신, 총명을 꼽았다. 덕이 있어도 위엄이 없고, 뜻이 있어도 분명치 못하면 그 직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청렴과 절검(절약과 검소)을 생활덕목으로 삼아 명예와 재리(財利)를 탐내지 말며, 백성에 대한 봉사정신으로 민의를 잘 수렴하는 애휼정치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절약의 근본은 검소한 데 있으며, 검소해야 청렴할 수 있고, 청렴해야 백성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목민관의 의무이자 선정의 뿌리가 되는 청렴을 위해서 맑은 마음가짐(淸心)을 들었다.

■ 행정안전부가 7월 1일자로 새로 임기를 시작한 시장, 군수, 구청장들을 위한 직무 가이드북 을 발간해 지자체에 배포했다. 현대판 목민심서인 셈이다. 4장으로 구성된 책의 내용을 보면 시대만 달리할 뿐 다산이 강조한 것들이다. 자치단체장의 바람직한 역할과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지방 경영의 핵심인 인적 자원과 주민의 세금을 알뜰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지방재정의 관리요령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주민과의 원만한 관계 정립을 위한 비결과 국내외의 지방자치 성공프로그램까지 소개해 놓았다.

■ 행정안전부의 바람이야 물론 자치단체장들이 이 책을 늘 가슴에 품고 다산의 마음으로 자기 고을을 잘 보살피라는 것이겠지만, 벌써 기대와 다른 목민관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총명함에 의한 공평무사한 인사보다는 선거 때 자기를 도와준 아전들만 중용하는가 하면, 백성의 안위와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념과 정치적 입장에 집착해 정책을 뒤집고 제도를 바꾸려 한다. 사조직이나 다름없는 각종 위원회를 많게는 17개나 만들어 자기 사람으로 채우려는 것도 호화 청사 못지않은 세금 낭비이고, 또 다른 형태의 매관(賣官)이다.

■ 그런 목민관의 눈에는 축제도 오로지 '정치'로 보인다. 우후죽순 생겨난 1,000여 개의 지역축제 대부분이 비슷비슷하고 다분히 업적 과시용의 놀자판이니 그럴 만하다. 축제가 백성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지역살림에도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함평나비축제, 임실치즈축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처럼 독특한 색깔과 지역성을 살려 세계적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아가는 것들까지 전임자가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폄하하고 흔들어서는 안된다. 앞 사람의 치적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어가는 것도 다산이 말한 '덕망과 총명'일 것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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