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방장관이 7일 식민지 지배를 둘러싼 개인청구권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의 보상 검토를 시사하면서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양국 관계의 전환점이 될 정책을 일본 정부가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률적으로 정당성이 있다고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가”며 “(한일관계)개선을 향해 정치적인 방침을 만들어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개인청구권문제가 해결됐다는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해석을 유지한 채 정치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의지의 표시이다.
외교소식통들은 이 발언을 사회당 출신으로 진보 성향인 센고쿠 장관의 지론이라면서도 총리 대변인 신분으로 언론을 향해 밝힌 점을 들어 강한 메시지성을 띤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권철현 주일 대사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전향적이며 중요한 의미”라고 평가했다. 만약 일본 정부가 올해 안에 한일강제병합 100년 관련 총리 담화 등을 내놓는다면 거기에 보상문제 해법의 방향이 제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인청구권문제는 한일기본조약에 딸린 ‘재산ㆍ청구권에 관한 문제 해결과 경제협력협정’에 명시된 ‘양국은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에 따라 양국 정부 모두 사실상 해결된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
이에 반발하는 군위안부, 강제징용, 일본군인ㆍ군속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학자들은 한일협정을 통해 소멸된 권리는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일뿐이라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 소송을 숱하게 제기해왔다. 하지만 일본 사법부 역시 법적으로 구제될 수 없다는 판단이고 별도 입법을 통해 해결방법을 모색하도록 제안하는 데 그쳤다.
결국 전후 보상 문제는 새로운 입법이나 일본 정부의 보상정책 도입 이외에 해결책이 없는 셈이다. 다행히 지난해 정권교체한 민주당은 과거 자민당 정권에 비해 해결책 모색에 적극적이다. 총리의 거듭된 “과거사 직시” 표명이나 관방장관의 이번 발언, 참여 의원이 많진 않지만 올 초 민주당 의원이 주도해 ‘전후보상을 생각하는 의원연맹’이 출범해 활동하는 것 등이 그런 사례다.
하지만 센고쿠 장관도 지적했듯 “일본 내 여론이 더 성숙해지지 않으면” 정치적인 반발 때문에 민주당 정권으로서도 당장 대담한 문제제기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청구권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전제 아래 시행하는 보상정책은 대상과 정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지적할 수 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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