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즉흥적으로 올린 감상 한마디에 20년 직장을 잃는다면….’
CNN의 중동 담당 선임 에디터가 얼마 전 사망한 레바논 시아파 이슬람의 최고지도자를 칭찬하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가 해고됐다.
20년간 CNN에서 일해 온 옥타비아 나스르는 지난 4일 강경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정신적 지도자로 알려진 파드랄라가 타계에 “내가 많이 존경하는 헤즈볼라 전설 모하메드 후세인 파드랄라의 부고를 들어 슬프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최근 중동지역 뉴스분석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을 해왔기 때문에 얼굴이 익히 알려진 나스르는 즉시 궁지에 몰렸다. 반박하는 글들이 폭주하고 여론은 들끓자 CNN은 결국 7일 나스르의 해임을 발표했다. 이유는 “중동담당 편집장으로서 신뢰성이 훼손됐다고 판단됐기 때문”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 규탄에 앞장선 강경파 성직자 파드랄라는 자살폭탄테러 감행을 지지해온 인물로, 260명 이상의 미국인을 살해한 폭탄테러에도 연루돼 있다. 당연히 미 당국의 테러리스트 명단에도 올라 있다.
나스르는 해고되기 전날 자신의 블로그에 “즉흥적인 행동이었을 뿐”이며 “CNN 에디터로서가 아닌 개인자격으로 올린 글”이라며 깊은 후회를 비쳤다. 레바논에서 태어난 나스르는 “중동 여성으로서, 시아파 성직자로서는 이단적이고 선구적인 역할을 한 것”에 감명받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명예살인 금지 포고령을 내렸던 파드랄라의 여권(女權) 존중을 존경한 것이지 다른 행적과 언행까지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는 것.
자신의 발등을 찍은 나스르는 “왜 140자 내외의 단문만 올릴 수 있는 트위터에서 논쟁적이거나 민감한 사안을 다루지 말아야 하는지 교훈이 됐다”는 말을 남겼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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