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 사는 A(68)씨는 지난해 11월 외출 후 자신의 아파트로 들어서다 깜짝 놀랐다. 자신에게 발송된 쓰레기 불법투기 과태료 부과 통지문이 주민이 지나다니는 1층 현관에 붙어있었던 것. A씨는 이에 "개인정보를 이웃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게 공개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국가인권위에 진정했다. 인권위는 "인격권과 사생활 비밀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해당 구청장에게 관련자를 주의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공공기관의 부실한 개인정보 관리로 빚어진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일주일에 적어도 두 세건 가량 이러한 피해상담 요청이 들어오며 특히 법 수호기관인 법원 등의 개인정보 유출 진정과 상담도 적지 않다고 한다.
카드사용 비용을 연체해 가전제품 등을 압류당한 B씨는 올 초 법률사무소들로부터 "압류와 관련한 자문을 받아라"는 내용의 우편물을 한꺼번에 받아 원인을 살펴보니 법원 경매사이트 때문이었다. B씨는 "나의 압류물품이 공시된 내용에 사건번호는 물론, 이름과 주소 등이 그대로 공개돼 있었다"고 말했다. 몇 년 전 성추행을 당한 C씨도 최근 자기에게는 알리지도 않고 법원이 공탁절차를 진행하려는 가해자에게 자신의 주민등록초본을 내준 사실을 알고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내밀한 개인사가 누구나 다 떼볼 수 있는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버젓이 표시된 경우도 있다. 최근 이혼해 남편과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진행중인 D씨는 등기부 등본을 뗐더니 '이혼을 이유로 한 재산분할 청구채권'이라는 문구가 적시돼 있어 인권위를 찾기도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사생활 보호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인데도 당사자 동의없이 개인 정보를 일반이나 특정인에게 공개하는 것은 인권 침해로 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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