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7일 아침 정운찬 총리 사퇴 확정 뉴스를 다룬 조간 신문들을 보고 청와대 일부 참모진 앞에서 화를 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누가 이 같은 (정운찬 총리) 사의 얘기를 하고 다니느냐"고 질책했다는 것이다.
여권에서 정 총리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되는 가운데 나온 이 대통령의 이런 반응은 여권 인적 개편에 착수한 이 대통령의 딜레마를 단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먼저 이날 질책에는 정 총리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진한 신뢰가 담겨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 무산이 정 총리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정 총리와 가진 청와대 독대에서도 사의를 표시한 정 총리에게 신뢰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생각이 정 총리 유임으로 기울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국무회의 등 공개석상에서 유임을 암시하는 대통령의 발언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인사팀은 이미 정 총리 교체로 가닥을 잡고 후임 총리 후보군 인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인사들은 "쇄신의 명분, 국정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정 총리 사퇴는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총리는 국정운영을 지휘하는 자리지만 여권의 지도자가 길러지는 자리이기도 하다"면서 "이 대통령에게서 '왜 내 옆에는 이광재, 안희정 같은 이들이 없느냐'는 한탄이 나오지 않도록 이번에 새 인물들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피를 공급해 수세적 정국을 돌파하고 집권 후반기 기반을 다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질책에는 총리를 바꾸고 싶지 않은 심정이지만 바꿔야만 하는 처지에 대한 답답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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