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11월 수사 의뢰한 기업인 김종익(56)씨의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처리과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핵심적인 의문은 민간인인 김씨를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내사했을 즈음, 검ㆍ경이 이의 불법성을 명확히 인지했는지 여부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조사 대상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에 국한된다. 하지만, 공직윤리지원관실은 2008년 9월 김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올렸다는 제보를 받자 직접 내사에 착수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두 달간 내사를 벌인 뒤, 김씨를 명예훼손 및 횡령 혐의로 서울 동작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자신들이 수집한 관련 자료들도 함께 넘겼다. 이 자료들은 수사과정 내내 근거 자료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검찰과 경찰로선 총리실 측의 민간인 사찰 사실 자체를 진작에 알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총리실의 김씨 내사가 불법이라는 점을 포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김씨 사건과 별도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이인규 전 지원관 등의 직권남용이나 강요 등 혐의에 대한 인지수사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씨의 명예훼손 혐의 사건 수사과정에서 이 부분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6개월이 지난 뒤인 9월에야 김씨를 처음으로 소환 조사했다. 그리고 다음달,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검찰 정기인사(지난해 8월)로 인해, 담당 부장검사가 교체되기도 했다.
최고의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이 총리실의 '월권'을 몰랐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검찰에 모종의 외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원칙대로 수사했을 뿐이며, 외압 의혹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불법으로 수집된 자료의 증거능력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론도 제기되고 있다. 애초에 기소해봐야 유죄를 받아내기 어려운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기관이 아닌 지원관실이 동영상 자료를 확보한 것은 맞지만, 일반인에게 공개돼 있던 김씨 블로그에 게시된 것이므로 위법 수집 증거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경찰 수사과정에서도 의문점은 발견된다. 지난해 2월 김씨 사건을 조사했던 동작서 담당 경찰관은 당초 '무혐의 내사 종결'로 상부에 보고한 뒤 개인 사정으로 휴직계를 냈다. 그러나 이후 담당 경찰관 교체 및 참고인 추가조사가 이뤄졌고, 결국 경찰은 '횡령은 무혐의, 명예훼손 혐의는 기소 의견'으로 결론을 바꿔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총리실 측의 민간인 사찰 사실을 당시에 인지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제보된 내용을 바탕으로 혐의내용을 수사했으며, 증거자료의 위법성 판단은 재판과정에서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만 말했다.
김씨 사건 당시 동작경찰서장이었던 임계수 전 총경이 지난해 3월부터 잠적상태라는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임 전 총경은 사건 송치 직후인 3월24일, 경기 평택경찰서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금품수수 등의 비위 의혹으로 감찰을 받은 뒤 무혐의로 종결됐는데도 불과 2주 만인 4월 4일 전격 사임한 뒤 지금까지 경찰과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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