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시장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7일 잠정치로 발표한 매출 37조원에 영업이익 5조원 규모는 전자 업계의 계절적 비수기인 2분기에 거둔 실적이란 점에서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휴대폰과 TV가 유로화 약세로 주춤했지만, 원가 경쟁력을 높인 반도체와 액정화면(LCD)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변함없이 삼성전자의 플러스 성장세를 견인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현재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지난해 거둔 매출 136조3,200억원에 영업이익 10조9,300억원(국제회계 기준)의 초과 달성도 무난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반도체ㆍLCD 변함 없는 효자
2분기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을 이끌어 낸 원동력은 역시 전통 효자 품목인 반도체와 LCD. 특히 반도체 사업 분야에서 약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 추산한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분야 매출은 9조1,000억원에 영업이익은 2조5,000억원대. 이는 올해 1분기에 비해 매출은 9,000억원, 영업이익은 5,400억원이 증가한 수치다.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수요처인 컴퓨터(PC) 및 서버, 스마트폰의 호황에 힘입어 공급 부족 현상까지 빚어지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게 주된 원인이다.
삼성전자가 주로 생산하는 1기가비트(Gb) D램 반도체 DDR3의 고정거래 가격은 올해 6월말 현재 2.63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6월말(1.25달러)에 비해 1.38달러나 치솟은 상태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대만 등 거래 업체와 기술 격차를 벌리면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은 D램의 경우 올해 1분기에 32.6%, 낸드플래시에서는 지난해 4분기에 38.8%로 각각 1위를 고수하고 있다.
LCD 사업 역시 월드컵 특수 등이 겹치면서 발광다이오드(LED)와 3차원(3D) TV 등 고가의 패널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매출 약 7조7,500억원대에 영업이익은 7,9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등장했던 LED TV와 올해 초부터 인기몰이가 시작된 3D TV 열풍이 전통적인 비수기로 일컬어지는 2분기의 침체 기운마저 잠재웠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휴대폰과 TV 사업은 수익성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비중이 높은 유럽 현지의 경제 사정 악화로 유로화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폰의 경우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애플 아이폰에 고전한데다, 최근 전략폰으로 내놓은 갤럭시S를 출시하며 적지 않게 지출한 마케팅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하반기 전망도 '청신호'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 행진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력 제품이 사용되는 수요 산업의 활성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반도체의 경우, 핵심 제품인 D램의 주요 사용처인 PC와 서버의 교체 수요가 각 기업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데다 낸드플래시도 글로벌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스마트폰을 쏟아내면서 하반기에도 공급 부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의 데이터 저장용 메모리의 핵심 부품이다. 여기에 차세대 제품으로 꼽히는 DDR3를 포함한 D램과 세계 최초로 20나노급(1나노=10억분의 1미터) 제품 양산(2010년4월)에 착수한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기술 격차를 벌리며 경쟁 업체를 따돌리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 동안 아이폰에 밀려 고전했던 휴대폰 사업에서도 갤럭시S의 출시로 수익성과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갤럭시S가 출시 3주 만에 32개국 44개 사업자에게 100만대를 공급했다"며 "하루가 다르게 주문 물량이 늘어나고 있어 부품 공급마저 우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TV 사업분야에서도 크리스마스 등 연말 최대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2분기의 부진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3D TV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현재 올해 연간 평판TV 목표치를 당초 3,900만대에서 4,500만대 이상까지 늘려 잡았다.
이가근 IBK 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에 비해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의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이 높은 유럽과 중국 등의 상황 변동 가능성에 대해선 면밀한 전략 시나리오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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