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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1부> (3) 더 어려워진 영세 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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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1부> (3) 더 어려워진 영세 상가

입력
2010.07.0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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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년간 문구점 운영해온 우한수씨

"2002년에 편의점을 운영하는 대기업이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높게 쳐 줘 쫓겨나다시피 운영하던 문구점의 문을 닫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젠 또 다른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발목을 잡네요."

증권가가 잇따라 롯데, 신세계 등 주요 유통업체의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하리라는 전망을 내놓은 직후인 2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우성 2차아파트 내 상가에서 만난 우한수(64) 우성문구 사장의 얼굴엔 근심이 서려 있었다. 9년째 우성문구를 운영 중인 우씨는 꿉꿉한 장마철이지만 찾아오는 손님 한 명 없고 에어컨도 가동되지 않는 상가에서 연신 부채질만 해댔다.

지난해 7월 중소상인들이 SSM을 상대로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하면서 시작된 소위'SSM 사태'가 어느새 1년을 맞았지만 영세 상인의 추락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장기간 계속된 경기침체로 매출 감소에 각종 금융 부담을 떠안고 있는 데다 자본을 앞세운 대형 유통업체가 골목상권으로 파고들면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 이곳에 문구점을 연 2002년만 해도 종업원을 따로 한 명 두고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는 우씨는 지금은 혼자 점포를 지키고 있어도 크게 할 일이 없다고 했다. 손님이 부쩍 줄어든 것은 2007년 말 불과 500m 떨어진 곳에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생긴 직후부터. 하루 매출은 6~10만원. 본래 마진율은 40% 정도지만 그나마도 요즘은 전 품목에 걸쳐 20% 상시 세일을 하고 있어 손에 떨어지는 금액은 용돈벌이 수준이다. "아무래 세일을 해 봐도 여기서 1만원에 파는 물건을 구매력이 있는 대기업에서는 7,000~8,000원대에 파니 감당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에 이미 한 차례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출로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중학교 앞에서 25년간 문구점을 운영하던 그는 일방적으로 건물주의 임대 해약 통보를 받았다. 편의점 업체가 그가 내던 금액의 2배 가까이 되는 임대료를 제안해 왔다는 설명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소상인이 반발할 창구라도 있지. 그때는 꼼짝없이 당해야 하는 때였으니까…."

현재 그의 문구점이 입점해 있는 우성 2차 아파트 상가는 25개 점포 중 7개가 비어 있는 상태. 그래도 점포가 본인 소유여서 용돈벌이라도 하는 그의 처지는 나은 편이다. 상가 지하 1층 전체를 쓰던 약 960㎡(약 290평) 규모의 슈퍼마켓 우리마트는 지난해 문을 닫고 간판만 남아 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우리마트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보다 더 컸어. 그래도 브랜드가 있으니까 손님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로만 너무 몰리더라고. 요즘 간혹 간판만 보고 지하에 내려가는 손님을 볼 때면 가슴이 아파요."

노후 대비책으로 상가를 분양 받았던 그는 하루라도 빨리 사업을 정리하고 아파트 경비원 자리라도 알아봐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만 든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은 어디든 새로 점포를 내고 판매 실적이 안 좋으면 다시 철수하면 그만이지만 영세 상인에게는 장소를 옮겨 새로 장사하는 일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씨처럼 SSM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영세상인들은 하나같이 "지금의 고민이 단지 한두 점포의 문제가 아니라 자영업자의 연이은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양천구 신정동에서 약 264㎡(80평) 규모의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강형연(48)씨는 "지난해부터 주변에 각 기업의 SSM이 세 곳이나 문을 열면서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며 "우리 같은 소매가 무너지면 제과 등 대기업의 제품을 취급하는 지역 대리점들도 판매처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또 구로구 고척동의 이정안(37) 고척마트 사장은 "사교육비를 제외한 모든 씀씀이를 줄이는 사회구조의 변화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이 영세 상인, 나아가 중산층의 몰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우한수 우성문구 사장은 "이웃한 점포가 하나 둘씩 영업을 그만두는 것을 보면서 아예 대기업이 상가 전체를 인수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업원을 부릴 여력이 안 돼 혼자 가게에 매이면서 자주 다니던 봉사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게 매출이 떨어진 것보다 더 속상하다"면서도 인터뷰를 마칠 즈음 "그래도 상시 20% 세일을 하고 있다는 말은 꼭 크게 적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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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 대형 홈쇼핑 고발한 김영진씨

"솔직히 겁도 나지만 이런 식으로 중소기업의 목을 조르는 건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이 대기업을 상대로 그 동안 당한 불공정 거래와 횡포 등을 호소하는 광고문을 게재키로 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인 A홈쇼핑을 상대로 대통령께 보내는 호소문 광고를 내기로 한 김영진(64ㆍ사진) 헬스쿠킹하이텍(주) 회장은 7일 경기 안양시 호계동 회사 사무실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내가 망하는 한이 있어도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2003년 12월 설립된 이 회사는 홈쇼핑업계에서 '락앤락'과 '한경희스팀청소기'를 잇는 대박상품으로 통하는 압력 중탕기 '오쿠'를 생산하는 회사. 지난해 오쿠만으로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최근 3년새 회사 규모는 20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오쿠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건 2004년 B홈쇼핑을 통해서다. 그러나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고 오쿠의 판매를 전담해 온 유명 방송인 E씨의 인지도가 결합되며 2007년 하반기엔 C, D홈쇼핑사도 오쿠 판매에 나설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렇게 되자 A사는 이듬해 5월 E씨를 스카우트한 뒤 김 회장에게 오쿠의 납품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A사에 '이름도 없던 오쿠를 세상에 알려준 신의를 져버릴 수 없으니 20일만 기다려달라'고 했더니, A사는 '사흘 뒤에 있을 방송 때까지 납품하지 않으면 끝'이라고 하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만약 A홈쇼핑으로 간다면 당장은 이익이 있겠지만 B홈쇼핑과는 척을 지게 되는 것이고, A홈쇼핑에 계속 끌려갈 것 같았다"며 "얼마 못 가서 문닫을 바에야 차라리 지금 문닫는 게 낫다는 생각에 그냥 버텼다"고 말했다.

그런데 전화위복이 됐다.오쿠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면서 다행히 B,C,D홈쇼핑 채널 모두에서 매출이 부쩍 올라가기 시작한 것. 그러자 이번엔 A홈쇼핑이 유사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올 초부터는'중탕기에 물을 넣는다는 편견을 버려달라'며 사실상 오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듯한 판매전략까지 동원했다. 김 회장은 "중탕기 개발에 평생을 바쳐온 나로서는 모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A홈쇼핑을 상대로 검찰 고발까지 불사한 이유다.

김 회장은 "사실 우리 회사는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힌 상태라 버틸 수 있지만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홈쇼핑 채널에 한번 방송되기 위해 갖은 수모를 겪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그럴 주제도 못 되지만 불이익을 감수한 나의 싸움이 중소기업들의 울분을 대변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우리나라가 가마솥 중탕 조리법의 생산기지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부품업체들을 키우기 위해 모든 부품을 국산으로 사용해왔지만 한편으로는 이럴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도 든다"며 "대기업들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존망을 좌지우지하는 이런 행태는 단연코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회장의 주장에 대해 A사 관계자는 "오쿠의 납품 여부에 대해 협의를 했지만 서로의 입장이 달랐다"며 "우리가 내보내는 방송이 오쿠를 겨냥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 내발산동 송화시장 가보니… "마수걸이도 못했어" 깊은 시름

"우린 마늘 반접(50개)이 2만원이야, 나도 비싸 사 먹기 힘들 걸 손님들한테 팔고 있으니 말 다했지 뭐, 하루 종일 고작 아줌마 3명이 가격만 묻고 갔어."

"큰일났네, 혹시 육쪽마늘이라 그런 건 아니고? 난 오늘 마수걸이도 못했어, 차비라도 벌어가면 좋으련만."

1일 오후 인적이 드문 서울 내발산동 송화시장. 이곳에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은 서로의 매출을 걱정하는 상인간의 대화였다. 송화시장은 4,000㎡(1,200여평) 규모에 아치형 지붕까지 있는 아케이드 형식의 현대화 시설로 주목 받은 전통시장. 하지만 자생력을 갖춘 전통시장으로 평가 받는 송화시장도 최근 급등세인 채소값과 급감하는 판매량 때문에 시름이 깊었다. 특히 주변에 대형마트들이 들어서며 생계가 힘들 정도의 매출 급감을 호소하는 상인들이 대부분이었다.

25년째 쌀과 밑반찬류를 판매 중인 전모(60)씨는 "한창 때와 비교해 판매량이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상점 운영으로 아이들 대학 학비까지 충당할 만큼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살았는데 최근 5년 새 가족과 외식 한 번 하기 어려울 만큼 살림살이가 빡빡해졌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시장 내 음식점 사정도 나빠졌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점포를 내놓는 경우가 많은 탓인지 '야채 상회' 간판 아래 우산을 판매하는 등 가게명과 판매 품목이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경우들도 눈에 띄었다.

아예 전략적으로 간판명과 관계 없는 상품을 파는 사례도 있었다. 도넛과 초밥을 파는 점포에서 여름 한정 상품으로 토마토를 판매 중인 한 상인은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급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팔릴 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갖다 파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전통시장들이 어려운 것은 대형마트들의 확장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중소기업청과 기업호민관실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전통시장 매출액이 9조3,000억원 감소한 반면 대형마트 매출은 9조2,000억원 증가했다. 전통시장에서 줄어든 매출이 고스란히 대형마트로 간 것이다.

김소연기자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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