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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역사 남산초등교 증축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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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역사 남산초등교 증축 '시끌'

입력
2010.07.0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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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초등학교가 최근 증ㆍ개축 공사를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개축하는 건물의 규모가 현재 학생 인원에 비해 크다는 지적이 있는데다, 현재의 운동장에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공사기간 2,3년 동안 '운동장 없는 학교'가 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특히 90년 역사를 가진 학교 정원을 폐쇄하고 그 자리에 운동장을 만들게 돼 있어 인근 주민들과 졸업생 등이 반대 민원을 쏟아내고 있다.

1924년 일본인 초등교육기관으로 출범한 이 학교는 건물이 노후화 된 탓에 최근 학교시설안전검사에서 D등급을 받아 심의회를 거쳐 개축 승인을 받았다. 이 학교의 건물은 본관과 동관 2개 동이며, 개축 대상이 된 동관에는 현재 급식시설 등이 있다.

주무 관서인 서울시 중부교육청은 동관 개축 공사를 위해 우선 운동장에 625명 수용 목적의 건물을 신축하고, 건물이 완공되면 동관과 정원을 철거해 운동장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인근 주민 200여 명은 "제대로 된 공청회ㆍ설명회도 없어 지역 주민과 학부모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무리하게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 정원이 사라져선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대 주민대표인 이모(70)씨는 "현재 학생수가 230명에 불과해 625명을 수용하는 건물은 불필요하고, 짓더라도 현 동관 건물을 먼저 철거하고 그 자리에 짓는다면 아이들이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고 정원도 살릴 수 있다"며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밀어붙인 부작용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남산초등학교가 도심에 있는데다 일제시대에 지어져 향수를 가진 일본인 관광객들이 학교 정원을 많이 찾는다"며 "단순히 주민 편의를 위해 정원을 살리자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부교육청은 충분한 의견 수렴을 했고, 합리적인 공사설계로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부교육청 관계자는 "동관이 급식소로 사용되고 있어 철거하면 학생들이 불편을 겪게 되고, 현재 학생수가 적어도 향후 증가할 수 있어 적정 규모로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도심에 학생이 줄어 지난해까지 폐쇄 논란이 있었는데 이 와중에 60억을 들여 대형 공사를 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미경 남산초등학교 교장은 "당분간 사용할 수 있는 운동장이 줄어들겠지만 체육수업을 운영하는데 지장이 없는 정도이고, 20~30년 전 남산초 개축 당시에는 운동장 부지에 건물이 있었고 건물 부지가 운동장이었다"며 "최근 인근에 주상복합 건물이 대거 들어서 향후 학생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 일각에서는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단순히 공사로 인한 소음과 분진이 일어나는 것 때문에 항의하는 것"이라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사는 완공까지 2년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중부교육청은 "학교 정원자리를 운동장으로 바꾸더라도 정원에 있던 나무 등은 다른 장소로 옮겨 심는 등 현 정원의 자취를 최대한 살려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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