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복수를 벼르던 아들마저 끝내 고개를 떨궜다.
7일(한국시간)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우루과이와 네덜란드의 준결승전. 우루과이의 공격수 디에고 포를란(31ㆍ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은 비장했다.
허벅지 부상을 당해 오스카 타바레스 감독이 만류했지만 포를란의 출전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60년 만의 월드컵 우승 재현과 36년 묵은 '아버지의 복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반드시 자신의 발로 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국에서 개최된 1930년 1회 월드컵과 1950년 브라질 대회에서 우승했던 우루과이는 60년 만의 결승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포를란은 가나와의 8강전에서 퇴장 당한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의 결장에도 홀로 고군분투했다. 포를란은 0-1로 끌려가던 전반 41분, 그림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간판스타다운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연이어 두 골을 더 내주며 2-3으로 패하자 눈물을 글썽였다.
타바레스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포를란이 경기 전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포를란을 쉬게 할 생각이었지만 뛰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 선발로 내보냈다"고 말했다. 84분을 뛴 포를란은 1-3으로 끌려가 패색이 짙던 후반 39분 세바스티안 페르난데스(반필드)와 교체돼 쓸쓸히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특히 포를란이 네덜란드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아버지 때문이었다. 우루과이는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와 2차례 맞붙었는데 패배의 쓴 기억만 남아 있다.
1974년 서독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네덜란드와 처음 맞붙었는데 포를란의 아버지 파블로 포를란은 당시 우루과이의 핵심 수비수였다. 그러나 요한 크루이프를 앞세워 '토털사커'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네덜란드에 0-2로 무릎을 끓어야 했다.
36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서 다시 만난 네덜란드.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아버지의 복수극을 꿈꿨던 아들의 바람은 끝내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BBC는 이번 대회 4골을 터트린 포를란에 대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의심의 여지 없이 그는 이번 대회의 유력한 MVP 후보"라며 찬사를 보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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