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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완주 후 영문 소개 책자 펴낸 뉴질랜드인 로저 쉐퍼드·앤드류 도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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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완주 후 영문 소개 책자 펴낸 뉴질랜드인 로저 쉐퍼드·앤드류 도치씨

입력
2010.07.0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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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0일 뉴질랜드인 로저 쉐퍼드(45), 앤드류 도치(34)씨가 마침내 치악산 향로봉에 섰다. 9월 2일 약 730㎞에 이르는 백두대간 종주를 목표로 지리산을 출발한 지 꼭 71일. 비로봉에 살짝 가렸지만 저 멀리 북녘 땅도 손에 잡힐 듯 했다. "계속 앞으로 걸어야만 할 것 같았어요. 초소에서 만난 군인한테도 사정했는데…." 쉐퍼드씨는 그때의 감격과 함께 진한 아쉬움을 담아 그리 말했다.

두 사람이 한반도의 뼈대를 이루는 백두대간을 생태관광 명소로 소개하는 영문 책자 를 2일 펴냈다. 백두대간을 17개 구간으로 나눠 쉽게 설명한 이 책은 교통 숙박 응급서비스 필수 한국어 등 실용 정보뿐 아니라 구간 내에 산재한 명소와 문화재에 얽힌 전설, 역사적 배경까지 정리했다. 6일 만난 제1저자 쉐퍼드씨는 "남ㆍ북한이 통일되면 다시 북쪽으로 이어진 나머지 백두대간도 마저 종주하겠다"며 "이 책으로 외국인들에게 백두대간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9년 대구에서 영어강사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이 대간 종주에 의기투합한 것은 2006년 6월. 1년 만에 본국으로 돌아가 경찰관이 된 쉐퍼드씨가 휴가 차 한국에 와 계속 한국에서 머물던 도치씨를 만나 한국 국립공원을 가려고 펼친 지도에서 빨간색 선의 백두대간 표시를 발견하면서부터다. "처음엔 하이킹 코스인 줄 알았죠. '백두대간(baekdudaegan)'이란 단어가 뭔 뜻인지도 몰랐어요." 9년간 아프리카에서 혼자 생활할 정도로 모험을 즐기는 쉐퍼드씨는 혼자 무턱대고 시작했다가 장마를 만나 30일 만에 중간지점에서 그만 두고, 더치씨와 이듬 해 다시 도전하기로 약속했다.

드디어 2007년 9월. 두 사람은 식량 식수 침낭 등 의식주를 해결할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대장정을 시작했다. 아름다운 경치와 자연을 벗삼아 걷고 또 걸었다. 등산로를 알려주는 리본을 따라 걸었지만 때로 길을 잘못 들어 헤매기도 했다. 백두대간 한 구간을 지날 때마다 이정표와 관련 정보를 담은 표지판도 사진 속에 남겼다. 힘들기도 했지만 날이 추워지면서 텐트 대신 민박과 산사에 머무는 날이 많아졌다.

그렇게 덕유산 속리산 월악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을 거쳐 종착점인 향로봉에 다다랐다. 쉐퍼드씨는 북한으로 이어진 나머지 백두대간을 걷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북한 정부 홈페이지에 남기기도 했다고 했다. "얼마 뒤에 '신변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정중하게 거절하는 이메일을 받았어요."

그가 본 한국의 산은 저마다 특색이 있었다. 본토에서 가장 높은 지리산, 폭이 좁고 가파른 덕유산, 소나무와 화강암이 잘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속리산, 거대한 바위가 인상적이어서 마치 호랑이가 발톱으로 할퀸 듯한 설악산, 히말라야 티베트처럼 특별한 느낌을 주는 태백산…. 쉐퍼드씨는 "한국의 산은 뉴질랜드에 비해 낮지만 거대한 화강암, 소나무, 산사가 어우러져 아름답다. 또 산이 중첩되니까 이 봉우리를 넘으면 또 어떤 산이 있을지 기대돼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쉐퍼드씨는 특히 한국의 '산 문화'를 부러워했다. 뉴질랜드는 역사가 짧아 산은 단순히 산일 뿐 독특한 문화가 없다는 것. 그는 "한국은 수 천 년간 풍수지리, 산신, 도교적인 요소 등이 강한 산문화(strong mountain culture)를 만들었고, 이것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이루는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의 산에 푹 빠진 쉐퍼드씨는 기회가 되면 한국에 하이킹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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